어제 시사회를 가진 디워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블록버스터의 신기원이라느니, 할리우드급 액션이라느니 이런 영화적인 부분은 아직 보지 않은 제가 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이무기"라는 소재에 대한 심형래 감독의 태도와 발표 내용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부득이하게 이런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난립하는 디워빠들의 행태를 볼때 어떤 댓글이 달릴지 예상 못하는것도 아니고, 제대로 글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다소 의심스럽긴 하지만 한명이라도 제 글 읽고 오류를 바로잡으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일단 심형래 감독이 그렇게 강조하는 "한국적인 소재 이무기" 라고 하셨는데, 이무기는 절대로 한국적인 소재가 아닙니다- 일단 이 주장에는 이무기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란 전제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실제로 용과 이무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사뿐히 '뒤로'를 눌러주시구요, 이무기가 실존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어디선가 이무기의 근본이 되는 설화가 존재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그 설화가 우리나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라고 평할 수 있겠고, 반대의 경우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이에 대한 예외로 특정 지역(편의상 A라고 합시다)에서 파생된 전설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지역(편의상 B라고 합니다)에서 더 융성하고 A보다 B에서 더욱 빈번하게 그 전설을 찾아 볼 수 있다면, 그 전설은 어느정도 B지역의 색채를 띄게 변형될 것이며, 그럴 때에는 B의 전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이무기"는 앞에서 언급한 두 부류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무기는 엄연히 우리나라가 아닌 옆동네 중국에서 처음 생긴 전설이며, 당연히 중국에서 더욱 많은 이무기 설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무기 전설이 물론 몇개 존재하긴 하지만, 거의 없는 거나 다름 없습니다. 그 증거로 여러분들이 심형래 감독이 "한국적인 소재인 이무기"란 언급을 하기 전에 떠오르는 우리나라의 이무기 전설이 있나요? "까치설화" 하면 아-견우직녀? 라고 즉시 떠올릴 정도로 "이무기"하면 떠오르는 설화가 있으신가요? 인터넷 검색하시기 전에 머리속에 확고한 이미지가 있으시다면 그분은 전통설화쪽이 전공이시거나 그쪽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이무기는 우리나라 전통설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에 비해 중국의 이무기 설화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더러 상당히 구체적이기까지 합니다. 얼마나 구체적인지 잠시 언급하자면 길이는 (현대 측정단위로) 약 3M에 달한다.로 시작해 심지어 "이무기는 목 주위에 하얀 무늬로 인해 이는 마치 진주 목걸이처럼 보인다. 등에는 푸른 반점, 가슴은 진홍색, 눈썹의 살이 미간에 교차하여 蛟라는 글자로 쓴다." 이게 웬 판타지 소설 대목이냐고 물으신다면 중국 명나라 때의 이시진이란 자가 적어낸 본초강목(本草綱目)이란 책이 출저입니다. 최소한 450년 전에 중국은 이만큼 책에 적어낼 구체적인 "이무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기록을 더 뒤져보면, 기원전 74년에 사망한(추정)한 왕조의 소황제의 설화에는 명백한 이무기가 등장합니다. 이렇게 구체화 되기 전에 얼마나 긴 세월동안 중국 민중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왔는지는 측량하기 불가능합니다. 또한 단편적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몇 안되는 우리나라 이무기 설화에 비해 중국은 예로부터 농사가 안될 경우 하늘뿐만 아니라 용과 이무기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무기는 물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물의 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던 거죠. 즉, 중국에선 구체적인 기록 뿐만 아니라 일반 민중들의 잠재의식 깊은 속에서 이무기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겁니다. 적어도 이무기가 우리나라의 전설이라고 당당하게 내세우려면 적어도 더 오래된 기록, 혹은 일반 대중 밑에 이만큼 뿌리깊게 이무기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요? 간간히 이무기란 말을 사용하긴 하지만 그 뿐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전통설화집에 이무기 얘기가 실려있는 경우는 몇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은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동물 이무기를 통해..."를 거듭 언급합니다. 이무기의 원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에서 이를 안다면 유쾌할까요..? 제 눈에는 심형래 감독은 괴수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데, 그냥 괴수를 만들었다는 용가리꼴 날게 뻔하기 때문에, 서양에서 흥행할만한 요소- 즉 요새 뜨는 동양적인 부분을 넣자! 라고 생각하고 이를 일반 괴수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이무기"란 소재를 끌어 온 것처럼 보입니다. 적절한 발상입니다. 서양인들도 맨날 보는 공룡과 별 다를 바 없는 괴물들이 깽판치는 것보다 못본데다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괴수가 나온다면, 신선한데? 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괴수영화보다는 조금은 더 끌리는 부분이 있겠죠. 저는 이 부분까지는 감히 비난할 생각도 없으며 비난할 자격도 없습니다. 하지만 왜 옆나라 전설을 가져오면서 "한국적인 소재" 운운하시는지,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겠다면서 왜 "우리 기술"을 그렇게도 강조하는지, 같은 이유로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겠다는 분이 영화 내용과는 하등 관계 없는 아리랑을, 주위의 반대를 그렇게 무릅쓰시면서 왜 엔딩 크레딧으로 넣으신 건지 차라리 동양적인 이미지로 승부를 내겠다! 라고 솔직히 말씀하셨다면 이렇게까지 가증스럽진 않았을 겁니다. 글 내용 제대로 읽지 않고 검색해서 단편적인 정보 들고와서 헛소리 지껄여댈 초딩, 디워빠를 제외한 모든 분들의 태클 환영합니다. ---------------------------------------------------------------------- 말미의 공격적이고 불필요한 언쟁을 유발할 수 있는 문단은 일단 자삭했습니다. |
출처 : 문화방
글쓴이 : Pad_Ash 원글보기
메모 : 용이 중국 전설이라서 그런가 그 아류인 이무기도 중국이 대세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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