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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많이 오던날,,,공포의 고속버스,,,,

봄돌73 2008. 1. 12. 12:55
출처 :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14206


딱 4년전 이 맘때였습니다,,,,

 

너무나 친한 녀석이 전라남도 순천에 사는데,,,

모친상을 당했단 이야기에,,,,부랴부랴,,,,순천으로 달려갔지요,,,

 

출발지는 수원이었는데,,,

뭐 아시다시피,,순천이란 동네가,,,,,가도 가도 대따 먼 ,,동네 입니다,,,

언젠가 처음 차를 몰고,,,순천을 가는데,,,,전남 광주,,지나가면서 속으로 ,,

 

" 아,,이제 광주니,,쫌만 더 달리면 되겠다,,,, " 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순천까지 100 키로 이상을 더 가야 한다는 표지판에 좌절했던 적이 있지요,,,

 

그냥 우등버스를 타고 가자,,,,그래서 전,,,

수원 터미널에서 저녁 6시30분 막차 수원발 순천행 야간 고속버스를 타고,,,,

순천을 향했습니다,,,

 

5시간이상의 긴 여행이라 무협소설 두권 든든히 준비하고,,,

약간의 반건조 오징어 한마리랑,,,캔맥주도 두개,,,,

 

근데 출발 부터가 음산했습니다,,,

눈이 보슬 보슬 오던 그날밤,,,,,,

 

버스안에 손님 이라곤,,고작 저 한명,,,,,,

진짜 딱 ,,저 혼자였습니다,,,,,

 

왠지 기사님의 눈치도 보이고,,,,눈도 온다는데,,,,,,

나 한명 때문에 내려가는것은 아닌지,,,,

기사님의 얼굴이 아주 굳어있는것도 같았습니다,,,,,

 

드디어,,출발,,,,

밖은 이미 어두컴컴하고,,,

티브이도 안 틀어주더군요,,,,,,,

마음이 심란해 책을 보려고 책을 꺼냈는데,,,,갑자기,,,,버스안의 모든 불을 소등 해버렸습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불 켜달라는 소리도 못하고,,,,

깜깜한데,,,,

잠이라도 잘까,,싶어,,얼른 오징어랑 맥주를 끝장내도 오히려 정신은 말짱,,,,,, --+

 

차가 충청권을 접어들자,,,상당히 많은 눈이 내리는듯 했습니다,,,

기사님은 ,,,내 귀에 들리도록,,,,,혼자서 뭔가를 중얼거리고,,,,,,말 의 끝마다,,,

' ㅅ ' 자가 들어가는데,,,,

욕하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하긴,,,이 눈 많이 오는날 ,,,손님이라곤 나 하나 달랑 태우고 가려니,,,,,화가 났겠지요,,,

 

전 마음이 더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는 휴게소도 그냥 다 지나치고,,,,

이윽고 신탄진에 다다랐을 무렵,,,,,

 

기사님이 갑자기 버스를 갓 길에 멈추었습니다,,,,

주변에는 차량도 한적하고,,그냥 다 지나가고,,,,

불빛은 없고,,,,,

 

' 왜 세웠을까?,,,,왜 세웠을까?,,,,,, ',,,,,

 

갑자기 기사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덜덜덜,,,

전 진짜 떨렸습니다,,,,,

 

제 앞에까지 다가온 기사님,,,,저에게 아주 낮은 목소리로,,,,말씀 하시더군요,,,

 

" 어느길로 가던 순천까지만 모셔드리면 되죠?,,, "

 

전 기어가는 목소리로,,,, " 눼,,에,,,, "

 

 

기사님은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시더니,,,,

 

다시 차를 몰았고,,,,회덕분기점에서 호남 고속도로를 타야 함에도,,,경부를 타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서 안보이고,,,,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이윽고 새벽 1시,,,,,,

 

차는 순천 터미널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내리려는 저에게,,,,

기사님께서 그제서야 굳은 표정을 풀으시며 말씀을 하시더군요,,,,,

 

" 티브이도 안나오고,,,불빛도 죽이고,,,오시는데 지루하셨죠?,,,,

 죄송합니다,,,눈이 너무 많이 오는날에는 불빛이 차에 있으면 제가 운전하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오늘 호남지방에 10년만에 최고로 많은 눈이 왔데요,,,

 아까 계속 오면서 무전을 쳤는데,,,,

 회덕부터 광주까지 5시간 이상 걸린다고해서 손님께 동의를 구하고

 진주로 해서 사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암튼 정해진 시간에 제대로 와서 다행이네요,,,"

 

 

난 그제서야 내 모든 불안이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알았다,,,

기사님은 운전 하는 내내 무선으로 고속도로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고,,,

난 그것을 혼자 투덜거리는 소리로 들은 것이다,,

또 불을 끈 것도 하얀 눈의 반사에 대비한 안전 운전이었고,,,

시간을 지키기위해 나에게 동의를 구하고,,,

한참 다른길로 돌아서 온 것이다,,,

 

물론 기사님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었겠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단 한명뿐인 손님을 위해 눈길을 �고 안전운전을 해주신 그 기사님이 문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