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중고등학생들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할 때는 깃발이라는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위를 나가 보면 깃발 천지다.
깃발을 드는 게 무엇이 나쁜가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깃발은 소속을 나타낸다.
자기 소속의 깃발을 드는 것이다.
이는 예전 전쟁터에서 하던 일이다.
즉, 전쟁을 하겠다는 표현인 것이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나 혹은 못했더라도,
깃발, 즉 소속이 있으면 집단이 되어 버린다.
집단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개인으로는 약하지만 집단으로 움직이기에 힘을 얻고 평소에는 조용하던 사람이 과격해지는 거다.
지금까지 촛불이 비폭력 시위의 전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깃발, 즉 소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의 자격으로 나왔기 때문에 폭력을 쓸 이유가 없었고,
그렇게 개인으로 나온 사람이 더 많았을 때는 경찰과의 다툼도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으로는 겁쟁이들이 집단으로 과격해져서는 같은 편인 개인들을 자기들과 뜻이 맞지 않다고 폭력을 행사한다.
게다가 그런 겁쟁이들은 으�으� 선동만 해 놓고는 자기들은 슬그머니 빠져버린다.
명박산성에 스트로폼 쌓은 그 사람처럼...
이전까지도 이런 생각을 쭉 갖고 있었지만
오늘 한 가지 사건을 겪고는 이제 더 이상 비폭력 시위는 없겠구나라고 느꼈다.
오늘 오후 5시경, 시청 광장에서 살수차 3대의 물을 빼는 일이 있었다.
살수차 운행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전면 유리창에 락카를 뿌리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내가 가지고 있는 싸구려 캠코더로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사람들 둘이 달려들어서는 다짜고짜 내 캠코더를 뺐으려 했고,
그 와중에 캠코더의 회전형 액정 표시장치가 부서질 뻔 했다.
그 사람들 주장은 초상권이 있으니 찍지 말라는 거다.
그러면서 신분증을 요구하기에 신분증 보여주기 전에 왜 찍지마라는 건지 이유를 대 보라고 했더니,
초상권 침해니 찍지 말라는 거다.
자기가 찍혔는지 안 찍혔는지부터 확인한 이후에 해야할 주장을 폭력을 써서 일단 해결한 이후에 하려고 하다니...
명박이랑 어찌 이리 똑같냐.
그래서 초상권이 침해 되었으면 고소하라고 했더니 슬그머니 말을 바꾼다.
불특정 다수가 찍혔는데 이 동영상이 증거가 되어서 잡혀가면 어쩌냐고.
누군가가 물 빼는 장면을 찍은 것도 아니고, 다들 둘러서서 구경하는 장면이었는데 뭐가 그리 걱정되었을까?
겁 많은 것도 명박이 닮았네 그려.
그 자리에서는 찍은 파일 지우고 해결을 했지만 생각할 수록 분하다.
이건 되려 그 사람들이 프락찌라서 일반 시민들 중에 이런 저런 사건들을 찍어서 경찰에 불리하게 쓰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은 그 파일을 지운 파일 되살리는 프로그램으로 되살려서 올릴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만큼 화 나 있다.
집에까지 오는 한 시간여 동안에도 전혀 화가 안 풀리고 있다.
회사에 같이 근무하는 사람 중에 예비군 인간 방패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전 예비군 해산 후에는 시위에 안나가고 있다.
인간 방패 하면서 욕을 많이 먹어서 나가기 싫다는데, 오늘 이해했다.
아마도 그 사람들 프락찌가 많나 보다.
그런 사람들이 예비군 욕해서 예비군도 해산하게 만들고,
나같이 여기저기 기록하는 사람도 못하게 해서 폭력 진압을 더 쉽게 하려는 거지 싶다.
참, 오늘 내 얼굴 찍어간 청년이 있었는데,
나한테 윽박지르던 사람들을 찍었어야 했다.
그 사람들이 프락찌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만약 내 얼굴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했다면 초상권 침해 소송을 할 거다.
그냥 증거 사진으로 가지고만 있다면 아무 상관없다.
찍어서 혼자 본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난 그 사람들 같은 겁쟁이가 아니다.
사족.
그 주위에서 편들던 사람들이 하는 말이, 목숨 내놓고 하는 일이란다.
잡혀가면 사형 당하나 보네...
도대체 그런 생각은 어디서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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