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229706
해저터널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요...
반대하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 하지만 내세우는 이유는 논리가 하나같이 약하더군요.
이문제가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아고라에 돌아다니는 반대 글을 보니 시야가 너무 좁구요.
그래서 물류와 해운쪽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정보차원에서 말씀드려봅니다.
한가지 말씀드릴것은 저 역시 한일해저터널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1. 물류측면에서 얘기해봅니다.
지금 동아시아 해운물류의 허브가 일본이나 부산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철도와 부산항이 연결되면 많은 물량이 부산항에 내려지고 철도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라고 낙관하는데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항만이 먼저 생기고 그에 따른 내륙운송을 위해 철도나 도로가 생기는 거지, 철도가 놓여졌다고 항만이 생기거나 활성화 되지는 않습니다. 아고라에서 돌아다니는 철도의 시작역 종착역 이론은 순수하게 철도만 봤을 때 해당되는 것이며, 해운 등과 결합되는 국제복합운송 부분에 적용시키면 맞지 않는 말입니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해운물량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굉장히 위태한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추세대로 많은 선박들이 중국의 청도, 텐진, 상하이 등으로 직행해서 하역을 하고 바로 철도와 연결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 운송된다면 한반도의 물류거점 목표는 다 물거품이 됩니다.
따라서 부산항과 유라시아 철도를 이용하는 물품은 고작 우리나라 기업이 수출입하는 물량과 일부 극동지방으로 갈 물량을 소화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적, 콘솔 오퍼레이션 등 제3국의 물량을 소화시켜줌으로서 거두어 들였던 기존의 막대한 수입이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물량이 준다면 국내 운송사나 항만 오퍼레이팅 회사들은 당연히 어려워집니다. 국적선사도 우리나라 부산항보다는 물량이 많은 중국쪽으로 취항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여기에 한일해저터널이 생긴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일단 터널이 뚫리면 시작역과 종착역이 부산이 아닌 일본이 되므로 일본 좋은 일만 시켜주는게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유라시아로 통하는 물량이 일본이나 부산으로 향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즉 막대한 물량을 일본이 취급하면서 돈을 벌기는 힘들다는 말입니다.(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유라시아로 갈 물량이 일본에 내려진다고 가정해도, 이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미국의 철도운송처럼 화물칸이 200-300량씩 달려있는 엄청난 열차들이 쉴새없이 오고 가야 물류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한데요. 과연 해저터널이 이러한 규모로 건설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레일의 수도 엄청 많아야 하구요....즉 실질적인 시작점은 부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요. 많은 분들이 해저터널의 한계는 생각 않고 너무 과대평가를 하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면 국제물류의 한 축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한일 해저터널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학자들이 말한 것처럼 한국시장과 일본시장을 이어주는 역할만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즉...시장규모가 커지므로 물류측면으로 봤을 때는 운송수요가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중국으로 옮겨가는 해운노선을 어느 정도 붙잡아 두는 데 유리하다는 말입니다. 그럼 일본에 다 내려놓으면 어떻하냐구요? 컨테이너 정기선도 출발항과 도착항이 있지만 중간에 많은 항구를 경유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나 대륙으로 올 물건을 만약 일본에 내려놓는다면 도쿄나 요코하마가 같은 관동지방이 아닌 관서지방이나 대한해협 연안이 되어야 해저터널을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도쿄에 들렀던 선박이 일본 열도를 돌아 부산에 들르는 것은 스케줄상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처음부터 대한해협에 진입한 선박이라면 그리고 물량이 있다면 가까운 부산에 안들어 올 이유가 없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일본에만 물건을 떨구고 가버리기엔 그 물량을 모두 해저터널의 규모가 받쳐줄 수는 없다는 것과 동시에 일본의 관동지방만 들렀다가 태평양이나 중국대륙으로 향하는 배편이 대한해협을 통과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작용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2. 제조업이나 무역업 측면에서 봅니다.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 내지 무역업체들 중 이득을 본다면 유라시아 쪽으로 거래하는 기업에 한정됩니다. 철도를 통해 선박보다 빨리 그리고 저렴하게 수출입이 가능하겠지요. 그뿐입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구요.
미주, 중국, 동남아와 거래하는 대다수의 우리나라 업체들은 선박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물류거점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선박편수가 줄면 그만큼 수출입 물류비용이 비싸지고 결국 물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겠지요. 차라리 일본과 터널로 연결된다면 부산이든 일본이든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물건을 옮기고 컨테이너 선박에 선적하는 편이 훨씬 더 유리할 수도 있는 겁니다.
이게 일본에 좋은 일을 시켜주는게 아니냐고 자꾸 주장 하시는데 그럼 우리 무역업체들의 비용절감은 왜 고려를 안하는지요?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일본 좋은 일 시켜줄수 없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지금 현재도 선박 스케줄 상 우리나라 들어올 물건이 일본에 내려지는 경우도 많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다른 선박으로 환적해서 최종목적지로 들여와야 하겠지요. 이렇게 배에서 배로 갈아타고 들어오는 현재의 비용과 터널이용시 비용도 비교해봐야 합니다.
3. 조세쪽에서도 생각해봅니다.
외국물건이 우리나라 땅을 밟고 가면 당연히 공짜로 가는게 아닙니다. 세금을 내야합니다. 흔히 말하는 통과세인데요. 통과세는 관세의 일종이며 최초의 관세역시 통과세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이게 푼돈이라고 치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2007년 우리나라 전체 조세수입 중 25-30% 가량을 관세청에서 징수하는 관세 및 기타 내국세가 채우고 있답니다. 과연 푼돈일까요?
더구나 일본의 무역규모는 분명 우리나라보다 크고(참고로 일본의 1인당 GDP 규모는 우리나라의 5배가량 됩니다. 열은 받지만...인정해야죠) 취급 물품이 전자제품 등 고가품이 많기 때문에 물량이 많지 않아도 가격에 부과되는 현재 조세체계상 조제수입은 짭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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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물류를 학술적이나 이론적으로 전공하지도 않고 단순히 그 시장속에서 먹고살기 바쁜 저도 이정도의 생각을 하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더많은 부분을 연구하고 있을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이런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터널을 뚫는 것과 안뚫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이득인지는 저보다도 훨씬 더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이니 일단은 그 결과를 지켜보는게 중요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지금 이건 한일대결 문제가 아닙니다.
동북아시아 물류거점 싸움이고 우리나라 역시 중국에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하는 입장입니다. 일본 죽이자고 무조건 버티다가 우리도 같이 죽을 수 있습니다. 득과 실을 분명히 따져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급한 것은 사실이니 우리로서도 급하게 덤빌 이유는 없구요, 일본이 많은 비용을 대고 하겠다면 우리는 시간 끌면서 뒤로는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려 봐야 합니다. 거기다가 지진에 대비한 안전문제 등도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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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그림은 유라시아 철도망입니다.
유라시아 철도망이 우리나라에 외길로 연결된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착각에서 벗어나시라는 취지로 올립니다.
지금 아시아를 드나드는 물량 중 대부분은 중국으로 가거나 중국으로부터 나온다는 건 다 아실꺼구요. 여러분이 운송업체라면 부산으로 갈까요 중국으로 갈까요? 똑같이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그외에 어느 쪽이 더 물량이 더 압도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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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낮에 글올려놓고 금방 묻히길래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베스트? 허허허 가문의 영광입니다. 그려...
많은 분들이 반론도 하시고 욕도 하시고...^^;
어떤분은 [명박퇴진] 글머리 달지 않으면 알바로 간주하겠다고 해서 글머리도 고쳤습니다.
PS 1. 자자 흥분들 가라앉으시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해저터널 문제가 쇠고기 문제처럼 시시비비가 확실한 사안이 아니고 우리가 좀더 계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이런 시각도 있으니 참고하시라는 취지에서 올려놓은 겁니다.
제가 글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일부러 터널 반대논리에 가려진 다른 방면을 부각시킨 겁니다.
저역시 터널찬성이 아니고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지금 부산시에서 TF 팀을 꾸려서 연구중이라는데 조만간 결과 발표나겠죠.
그때를 위해서 아고라님들 이런저런 사고의 범위를 넓힌다는 생각으로 '아 이런 것도 고려해야하는구나' 라는 취지에서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정부측 전문가란 놈들이 뻘소리를 할 수도 있으니 그에 대항하려면 우리도 공부 많이 해야하잖습니까.
PS. 2 : 어떤 분은 통과세가 금지되었다고 하시던데...금지되었다기 보다는 없어져가는 추세이기는 합니다. 현재도 파키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자국땅을 지나가는 천연가스관이나 항공기 등에 통과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언급한 문제 이외에도 대륙횡단 철도를 놓고 중국과 러샤가 경쟁중에 있기도 합니다. 두나라 모두 북한 꼬드기고 있구요...철도 연결시키기 위해서...
즉 한일해저터널은 너무 많은 문제가 얼키고 설켜있습니다. 무조건 일본과의 대결구도로 끌고가지 마시고, 일본 좋은일 시켜준다는 맹목적 사고에서 조금만 물러서서 생각해보실 필요도 있습니다.
지금 부산 뿐만 아니라 광양항도 물량이 줄어서 고민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물류도 지금 큰 문제거든요. 이것만이라도 꼭 알고계셨으면 합니다.
PS3 : 솔직히 힘드네요. 그냥 제생각을 한번 올렸다가 별의별 욕을 다 듣는군요. 심지어 부모님과 조상이 일본사람이냐는 소리까지....왜들 이러시나요....저 아고라 들락거린지 6년되었습니다. 하지만 아고라가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건 처음이네요....좀더 신중해보자고 말한마디 했다가 이건 뭐...죽일 놈이 되어가고 있군요...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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