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주저리

대여점, 과연 악일까? 대여점과 작가가 모두 만족할 방법은?

봄돌73 2009. 3. 30. 10:37

임달영 작가(만화 줄거리 쓰시는 분, 소설도 쓰셨더라)가 아전인수격 논리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더라.

물론 그렇게 되게 만든 대여점 협회도 문제가 있다.

반품이란 게 참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까지 걸고 넘어질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출판사도 마찬가지로, 1권도 아니고 2권을 반품 안 받아준다면 이건 참...

1권은 대여점에서 손해 보겠다는 건데도...


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임달영 작가를 위시한 많은 만화/소설 작가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기에 이번 임달영 작가의 주장이 나온 것이라고 본다.


1. 대여점은 악인가?

많은 만화/소설 작가가 대여점은 악이며, 자기들의 이익을 빼앗아 먹는 주범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건 자신의 작품을 최소한 5만부 이상(대여점이 없을 때 가정) 판매할 자신이 있는 인기작가들만 해당한다.(지금은 전국에 3천여개만 있다고 하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2만여개 이상의 대여점이 있었다.)

그런 작가가 있는지도 모르는 신인 작가의 경우나 별 인기 없는 작가의 경우는 오히려 대여점이 생겨서 더 많은 판매를 하게 되었고, 더 많은 인세를 받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문피아/조아라를 통해 소설을 출간하게 된 많은 비전문 소설가들을 들 수 있다.

이런 분들은 대여점이 없었다면 애초에 소설 출간이란 건 해 볼 수도 없었다.

물론 아주 특별한 인기를 얻는 몇몇 작품은 출간이 될 수도 있다. 퇴마록처럼...

하지만 이것은 5만부 이상 팔 자신이 있는 작가에 해당하는 아주 소수일 뿐이다.

신인 작가는 인기작을 쓰기 전에 굶어 죽고 말 것이다.

아니면 퇴마록 작가처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취미로 쓴 글이 인기를 얻기를 바라거나...

대여점은 인기작가에겐 악이지만, 신인작가에겐 밥줄이다.


2. 신인 작가는 없어도 되는가?

기존의 인기 작가들이 간간히 써내는 소설들만 출판하고 더 이상 신인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가도 후배들에게 안 미안한가를 묻는 거다.

지금은 참 열악한 환경이긴 하지만 기존 작가들만이 아니라 신인 작가들도 어떻게든 밥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나온다.

최소한의 판매 부수가 나와 주니까...


3. 대여점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대여점이 없는 일본에서 만화/소설의 판매와 스캔본 유통이 어떻게 되고 있는가?

대여점이 없고 스캔이 불법이라서 전부 사서 보는가?

사실 대여점 없고 스캔이 불법이라서 사서 보는 게 아니라 중고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고, 책 가격이 싸니까 사서 보는 것 아닌가?

인터넷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일본 원판이나 번역본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원판을 찾아서 스캔본을 만들어 올리거나, 번역했다고 보는가?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어떤 글처럼 이미 스캔본에 길들여진 우리 독자들은 아마 상당한 기간 동안을 스캔본을 보면서 지낼 것이다.

최소한의 판매 부수도 나오지 않는 많은 작가들이 만화/소설계를 떠날 것이다.

물론 그 스캔본 조차도 인기 없는 작품은 사라질 것이다.

스캔본을 떠나서 출간이 안될테니까.


4. 해법은 없는가?

나는 몇 가지 방법을 동시에 진행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로, 가격을 내린다.

종이 질에 신경 쓰지 말고, 더 싼 종이를 써서 책 가격을 내려야 한다.

표지 디자인 같은 거 다 빼고 그냥 조금 더 두꺼운 종이가 표지이면 된다.


둘째로, 대여료의 일부는 출판사와 작가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음악의 경우 무려 50%나 떼가는데 이건 상당히 많은 부담이 된다.

그래서 대기업 위주의 음악 시장이 만들어졌고, 문제점도 많다.

나는 10%~20%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다.

출판사와 작가의 분배 비율은 3:7 정도?


셋째로, 스캔본의 단속

개인적으로는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앞선 두 가지 조치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치적으로 힘든 일이긴 하다.

개인을 감시해야 하는 일이니까.


이상의 방법을 동시에 진행하면 작가도 살고, 출판사도 살고, 대여점도 살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독자도 사서 보는 부담을 피할 수 있어서 좋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 보다는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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