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보았다. 졸업한지 5년도 안 되었기에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대구에서 가장 학군이 좋다는 구에서 악명이 자자한 모 중학교를 나왔다. 그 학군 중학교들 중 시설이 가장 후졌다는 평을 듣는 우리 학교도 뭔가 새로운 것을 도입한답시고 온 교실에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들여다 놓았다. 그 때 신문에서 얼핏 교육부가 교실의 디지털화를 위해 뭔가를 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정작 수업시간에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쓰는 일은 극히 적었다. 우리 학교가 사립이였기에 교사들이 대부분 40대, 50대라서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했다. 서너 교사들 빼고는 거의 컴퓨터를 수업에 쓰지 않았다. 그 서너 교사들 중에서도 제대로 파워포인트, 인터넷 등을 수업에 쓴 교사는 한 젊은 사회 선생님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필기시킬 내용들을 한글파일에 넣어놓고 받아쓰기를 시킬 뿐이었다. (그 중 어떤 교사는 그 정도가 심했다. 수업마다 들어와서 한글파일을 열어놓고 필기를 시킨 후, 다 적었냐, 물어보고 다 적었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서 계속 필기시키다가 50분 후에 나갔다.) 그러면 이 컴퓨터들이 주로 어떤 것에 쓰였나? 교사들의 취미생활, 아니면 쉬는 시간에 학생들의 뻘짓에 쓰였다. 학생들은 노트필기나 자습을 시켜놓고 주식, 부동산 사이트를 보는 교사들이 몇몇 있었다. 어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노루포를 감상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돈을 들여 비싼 컴퓨터들을 온 교실에 설치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창의력을 기른답시고 방과 후 과학창의력부 같은 이상한 것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부 담당 교사는 정말 골 때리는 선생님이었다. 50대 중후반 정도로 추측되는 늙은 선생님이었는데 수업 들어와서 하는 소리는 헛소리밖에 없다. 매일 창의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갈릴레오가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했기에 화형을 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를 해대었다.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주장해서 종교재판을 받았다는 것을 몇몇 똑똑한 학생들이 매번 지적했었으나 늘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똑같은 말을 해댄다.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 아직도 그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기본상식 수준이 의심스러웠으나 인품은 존경스러운 선생님이었다.)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수행평가 제도였다. 이것은 언제 도입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체육, 미술, 음악, 등을 빼고는 전혀 쓸모가 없었던 것 같다. 수학의 경우 아예 '수행평가 문제' 라며 시험 때 다른 문제들과 같이 나왔기에 주관식 문제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요즘 들어보니 외국의 수행평가는 학생들이 시험기간만 벼락치기하는 것을 막고 평소에 꾸준히 공부를 시키기 위해 평소 숙제, 수업태도 등의 수행평가 점수를 총 점수의 80%, 기말 시험은 20%, 정도로 한단다. 한국의 수행평가는 도대체 어떤 목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중학교 내내 미술, 가정, 기술 등 실습과목들을 뺀 나머지 과목 숙제를 해본 적이 없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미친 짓을 하지 않는 한 숙제를 전혀 안해도 수행평가 점수 깎일 염려가 없다. 아니, 수업을 안 들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중간, 기말 때만 혼자서 교과서를 달달 외우면 시험은 잘볼 수 있으니까. 믿거나 말거나, 나는 이렇게 해서 중학교 내내 전교 20등 아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 제일 성질나던 것은 가끔가다 교육부에서 체벌에 관해서 뭐라고 할 때였다. 신문에서 매일 '무너지는 교실' 이니 '땅에 떨어진 교권' 이니 하고 있을 때 우리 학교 선생들은 야구방망이, 각목, 지휘봉, 볼펜심, 다양한 것으로 학생들을 팼다. 신문사를 불태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얘기를 하는 건지 궁금했다. (이것은 아마 서울과 지방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다.) 언론에서는 교육부의 '체벌금지'를 비판하며 체벌을 부활시켜서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껄일 때 나는 도대체 언제부터 '체벌금지'가 되었는지 어리둥절했다. 더욱 더 가관이었던 것은 교육부가 '체벌지침'을 내놓았을 때다. 우리 학교 교사들은 대놓고 비웃어 대면서 '어차피 우리는 그런 거 상관 안하지,' 하며 지휘봉으로 학생들을 마구 팼다. 발바닥, 허벅지, 엉덩이, 가슴, 따귀, 콧구멍, 등 안 맞아본 곳이 드물다. 체벌옹호자들은 보아라. 교사들이 순수히 가르치려는 의도로 체벌을 한다고 생각하나? 웃기지 말라. 설사 그런 의도가 있다고 해도 분노에 휩싸여서 학생들에게 화를 풀기 위해 패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어느 날 수업 도중에 한 교사가 씩씩거리며 들어와서 수업하는 교사에게 양해를 구한 후 한 학생을 불렀다. (물론 육두문자를 쓰면서) 그 학생이 앞에 나가자 마자 그 교사는 발을 들어서 그 학생의 배를 찼고 그 학생은 넘어졌다. 나중에 들으니 그 약간 모자라는 학생이 운동장에서 헛짓을 하다고 수도관을 파손했다고 한다. 나는 그때 그 교사한테 묻고 싶다. 그 학생의 배를 걷어찰 때 당신은 과연 그 학생을 가르치려는 마음이 있었는가, 화를 풀려고 찬 것이 아닌 것이 확실하나, 라고. 우리 학교에서는 이런 일들이 아주 흔했다. 더 황당한 경우도 많았다. 하루는 어떤 반에서 점심시간에 박찬호 경기를 보고 있었다. 도중에 담임교사가 들어와서 할 말이 있다면서 텔레비전을 끄라고 했다. 한 학생이 장난식으로 불평하면서, '에이, 박찬호 지면 선생님이 책임지세요.' 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그 교사가 폭발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교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양손으로 그 학생의 양쪽 따귀를 번갈아 가며 마구치고 정강이를 걷어차댔다. 교실 앞쪽 텔레비전 부근에서 시작해서 뒷걸음치는 학생을 따라가면서 계속 때렸다. 육두문자를 써가며 '뭐, 책임지라고?' 하는 등, 소리를 마구 질러댔다. 교실 뒷문에 이른 후에야 구타가 멈추었다. 적어도 30초간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선생질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얻어맞은 학생이 그런 구타를 수용한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런 구타를 당한 뒤 그렇게 태연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 후에도 그 선생은 성질이 뻗칠 때 학생들을 마구 구타했다. (이 선생 수업시간은 정말 가관이다. 선생 자신의 교과서에다 잔뜩 필기를 해놓고선 수업시간 내내 그것을 읽는다. 여기에 밑줄, 저기에 동그라미, 여기는 은유, 저기는 직유, 등등. 초등학생을 데려다 놓고 그것을 읽으라고 해도 별로 다를 것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중학교 동창회 때 만나면 그 학생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다. 나중에 그 선생이 너를 불러서 따로 뭐라고 했는지, 사과 비슷한 것이라도 했냐고.) (체벌에 관하여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학생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교사들이 그런 식으로 폭력을 행사하면 왜 학생들은 정당방위를 하지 않는가, 하고 묻더라.) 악법도 법이라고 가르쳤던 선생들한테 묻고 싶다. 당신들이 학생들을 때릴 때 분명히 법으로 체벌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당신들은 왜 법을 어겼냐고. 언론에 묻고 싶다. 당신들이 말하는 교권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냐고. 흠, 적다보니 너무 체벌 쪽으로 글이 샌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교육부에서 아무리 기상천외한 것을 시도해도 그것이 제대로 실행될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오늘 한번 우리 중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내가 위에 언급한 선생들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사립학교라서 그런지 몰라도 교사들이 전부 그대로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도입한다고 해도 교사들이 그대로인데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전자교과서? 학생들에게 죽어라고 노트필기만 시키던 교사들이 전자교과서로 무엇을 시도할지 궁금하다. 디지털 교과서? 기대하지도 않는다. 교육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것을 도입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 단지 생색내면서 쇼를 할 뿐이다. 근본부터 갈아 엎어야 한다. |
출처 : 교육개혁
글쓴이 : kyann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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