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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휴대전화는 고급표현이고, 핸드폰은 저질표현인가...

봄돌73 2007. 8. 17. 16:12
글쓰신 분의 큰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전체내용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비록 한자어(한자라는 문자가 아니라)가 오랜 시간을 거쳐 우리말에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나, 결국 그 한자어도 외래어라는 사실은 간과한 듯 하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서구의 외래어도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 우리말로 자리잡을 수 있다.

사실 고전에 나오는 한자어가 아닌, 지금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한자어는 '중국어를 한자로 표기하고 이를 우리말로 옮긴 한자어'보다는, '일본어를 한자로 표기하고 이를 우리말로 옮긴 한자어'가 더 많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권리.. 등등의 단어는 대개 일본의 번역어이다. 즉 오랜시간을 걸쳐 우리말에 자리잡은 단어라기 보다는 개화에 앞선 일본의 번역어를 그대로 도입한 단어라는 것이다. 즉, 영어로 된 외래어와 비교해서 볼때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역사에 자리잡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오히려 일본번역어가 원 단어의 뜻을 더 왜곡시키는 결과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권리라는 단어이다.

권리, 이를 한자로 풀어보면 힘과 이익이다. 힘과 이익을 위해 치고박고 싸우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단어이다. 하지만 번역 이전의 단어는 'right'이다. 즉 '당연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야 할것'이라는 의미이다.

'인권투쟁'을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을 누리기 위한 싸움으로 보지않고 이권다툼으로 인식하는가 하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이전투구의 현장에 '인권투쟁'이라는 말이 버젓이 붙이기도 한다. 다 잘못된 한자어로 인한 문제이다.


지금까지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없애자.. 라는 주장이 나오면, 이상하게 한자어를 사용하여 해결하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때 '핸드폰'이라는 단어를 '순화'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핸드폰이라는 단어는 국적불명의 단어이다,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왜 영어를 짜집기해서 국적불명의 단어를 만드느냐... 등의 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외국물을 좀 드셨다는 분께선 영어의 원단어가 'cellular phone'인 것을 강조하며, 저질 콩글리쉬를 사용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외래어 사용실태를 한탄하기도 하셨다. 고귀한 영어단어를 멋대로 바꾸는 것이 큰 불경이라도 되는듯이..('빵'도 '브레드'라고 하자고 하시지..)

그래서 우리말로 '순화'해서 나온 것이 '휴대전화'이다. 고상한 방송 프로그램에선 모두 휴대전화라고 표현하는것 같다. 나 참..글자수도 많고 발음하기도 더 어렵다. 그렇다고 이게 순 우리말인가? 역시 한자어이다. 난 오히려 일본어 '케이타이'에서 배껴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일본에선 휴대전화를 '케이타이뎅와'라고하고 줄여서 '케이타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자어를 줄줄이 만들고, 우리말은 대부분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겠지.. 그러니까 한자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하겠지.. 끌끌..

(나는 한자학습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한자가 우리문화와 별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주객전도의 현상이 짜증날 뿐이다.)


'cellular phone'는 영어이고, '핸드폰'은 한국어(외래어)이다.

'휴대전화'는 중국어(라기 보단 난 사실 일본어쪽이라고 생각한다.) 단어를 결합하여 만든 우리말(외래어/왜래어?)이고, '핸드폰'은 영어 단어를 결합하여 만든 우리말(외래어)이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은 핸드폰, 또는 휴대폰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지금까지 지적하고 싶었던 점은, 영단어 조합을 우리말로 한답시고 한자어 조합으로 해봤자 다를바 없다는 점이고, 한자어가 더 유식하고 바른 표현이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핸드폰'을 대체할 우리말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가 고쳐나가야 하는 부분은,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과 '제대로된 우리말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다.

외국에서 새로운 문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올때, 대부분 이를 원어 그대로 들여온다. (사실 이는 한글의 우수성때문인것 같기도 하다.)그리고 방송에서도 아무 고민없이 이를 원어그대로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뒤늦게 이를 우리말로 고쳐 부를것을 권장해도 이미 원어가 사람들의 귀에 익어있다. 결국 외국어 자체가 외래어가 되고 우리말로 자리잡는다.

적어도 방송이라면 새로운 단어를 공중파에서 막쏘아대지 말고, 우리말에 대한 고민은 좀 하고 내보냈으면 한다. '웰빙웰빙'거리는거 도저히 못들어 주겠다.
그렇다고 그 '웰빙'이 그 'well-being'인가? 의미도 완전히 왜곡시키고선..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꿀때 쉽게 사용하기 어려운 난해한 말로 바꾸거나, 새로운 한자어로 바꾸어 버린다. 한자어로 새 단어를 만드느니 발음이나 의미의 전달이 비슷하다면 차라리 원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 의미 왜곡을 줄일수 있으니. 한자가 단어의 조합등 우수한 점이 분명 있지만,'순화'의 중심틀로서 자리잡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많은 학부생들이 번역서 던져버리고 차라리 원서를 보는 현상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한글을 주요 문자로 하는 우리말 역사는 매우 짧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의 말글생활이 미래 한국어의 기초가 될런지도 모를일이다. 한국어를 소개하는 외국사이트에서 '한국어는 중국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소개글을 좀 바꿀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갓길, 둔치, 나들목 과 같은 말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정부나 법원의 공문서에 '방향지시등'대신 '깜빡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방향지시등이 깜빡이보다 고급인가?

그리고 남친, 여친 대신 그린비, 단비라는 말을 쓰면 어떨까 한다. 물론 이는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이다.(한때 남자친구, 여자친구의 순 우리말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새로만들어 사용하면 좋지않을까? 훨씬 듣기 좋은데..

출처 : 교육개혁
글쓴이 : 21세기늑대사 원글보기
메모 :

개별 예시는 그리 와닿지 않지만(특히 그린비, 단비)

너무 강박적으로 외국어(혹은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려고 하다가

발음이 어렵거나, 느낌이 와닿지 않는 말을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은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