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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론자들에 대한 5가지 반론

봄돌73 2008. 7. 1. 16:13

출처 :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3&articleId=32296

 

 

분명히 '시위에 익숙한 사람들'이 누누이 호소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폭력으로 가면 저들의 작전에 말려드는 거니까 비폭력으로 하자고요. 그런데 안 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토요일에는 비폭력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욕을 하고, 멱살을 잡고, 예비군 부대에게까지 폭언을 일삼으며 집에 들어가라고 윽박지르더군요. 하마터면 우리끼리 주먹 쥐고 싸울 뻔했습니다.

 

 

답답해서 그들의 주장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폭력론자들은 한번 대답해보세요.

 

1. 너도 앞에 나가서 한번 소화기에 물대포 맞아봐라?

-> 여러 번 맞고 있습니다. 토요일엔 카메라 가져가서 촬영하다가 전경이 던진 물건에 맞아서 외장플래쉬가 고장나기까지 했습니다. 니콘 SB-800, 이거 수십만원짜리인데 수리비 견적이 얼마나 나올지 큰 걱정입니다.

 

그런데요. 싸움은 이기려고 하는 거지 때리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때려야 이기는 작전이 있고 맞아야 이기는 작전이 있습니다. 한 대 맞았으니 나도 한 대 때리겠다? 이건 시위대가 물병 던졌으니 나도 되집어던진다는 단세포적인 전경 아이들과 똑같은 얘기입니다. 맞기 싫으면 대열 맨앞으로 나가지 마세요. 뒤에서 참가하세요. 맞아가면서 이기고 싶은 정말로 용감한 분만 앞으로 나와주세요.

 

2. 그 동안 비폭력으로 얻은 게 뭐 있느냐?

-> 그럼 최근 여러 날 동안 폭력 써서 얻은 건 뭐가 있습니까? 하나도 없습니다. 쌍방간에 부상자만 속출했고, 저놈들에게 빌미만 제공해줬고, 물리력 대치 결과 이기지도 못했습니다. 버스 한두 대 끌어낸 게 전부였구요. 그래봐야 곧바로 다시 막혔습니다. 대체 뭘 얻으려고 폭력을 쓰자는 겁니까? 혹시 그냥 화풀이, 감정싸움을 원하는 건 아닌가요?

 

어제 천주교의 시국미사에 참가해보신 많은 분들이 얘기하고 계십니다. 뭔가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부정의 힘보다 긍정의 힘, 비관의 힘보다 낙관의 힘, 분노보다 희망, 찡그린 얼굴로 외치는 구호보다 고요하고 단호한 미소가 더 힘세고 더 오래 가는 것입니다. 우리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동안 고생하느라 좀 잊었습니다. 마음을 다잡읍시다. 오래 가는 쪽이 이깁니다.

 

 

 

3.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이기면 된다?

-> 공권력이란 게 그렇게 우습지가 않습니다. 저는 제일 답답한 게 이 부분입니다. 우선 경찰의 방어막을 뚫는다는 게 엄청나게 어렵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건대 방법은 있습니다. 우선 시위인원이 경찰의 10배는 돼야 합니다. 그러고도 앞에서 물리력을 담당한 집단은 철저한 사전훈련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매일같이 모여서 훈련을 해야 됩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안 그러면 어렵습니다. 며칠간의 결과를 아시죠? 뚫기는커녕 전경이 역공을 시작하면 바로바로 흩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다 때려부술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폭력론자들, 전경이 한번만 치고들어오면 곧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내 눈엔 그런 그들의 모습이 한심하고 비겁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끝까지 전경 눈 똑바로 쳐다보고 잘 싸우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설치질 말던가요.

 

지금 촛불집회는 예전처럼 훈련된 시위대가 정면충돌을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모두들 아실 겁니다. 딱 잘라 말해서, 못 뚫습니다. 그저 화풀이만 해대다 또 진압당할 뿐입니다.

 

4. 화풀이라도 해야 속이 풀리겠다?

-> 부탁인데, 다른 데 가서 하세요. 적어도 촛불행진 대열의 맨앞으로는 오지 마세요. 당신들처럼 화풀이를 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꾹꾹 참아가며 이기기 위한 싸움을 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당신들은 그 대다수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겁니다.

 

대다수가 합의한 우리의 작전이 있는데, 민노당 강기갑 의원도 비폭력을 호소했고 구속 위기에 놓인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도 비폭력을 호소했는데, 당신들은 거부했습니다. 같이 하기 싫으면 아예 따로 움직이세요. 본대의 맨앞으로 오지 마시고, 별도의 대오를 만들어서 별도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5.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냐? 방법이 없지 않느냐?

-> 최소한 확실한 것은,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폭력대응이야말로 최악의 선택이라는 겁니다. 이기기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그게 지금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위에서 했습니다. 밟히더라도 꿈틀은 해보자는 말은 하지 마세요. 안 밟히고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고, 방법은 얼마든지 더 모색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상황은 정권에게 불리하기만 합니다. 언제 미국에서 광우병 환자가 발생할지, 언제 수입된 고기에서 변형프리온이 검출될지 모릅니다. 대운하며 민영화며 교육시장이며 개신교 편향이며 해서 이명박의 적은 도처에 널려있고 계속 늘어납니다. 한 마디로 가만히 버티기만 해도 기회는 얼마든지 오게 되어있습니다. 촛불 얼마든지 안 꺼질 수 있고, 틀림없이 더 크게 타오를 기회가 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성급한 행동은 최악의 패착이 됩니다. 상대편의 작전에 그대로 말려서 우왕좌왕해버리게 되면 그대로 승기를 놓치는 겁니다. 소수를 고립시킨 다음에 밟겠다는 정권의 작전이 눈에 안 보이세요? 이런 작전에는 정반대로 받아치는 게 최선입니다. 바로 고립되지 않고 세력을 더 불리는 것이죠. 어떻게든 우리 세력을 불리고 오래 버텨야만 유리합니다. 그러려면 이기지도 못하는 폭력대응은 최악의 작전이 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제안합니다. 국민대책회의의 방침에 반대할 수 있습니다. 비폭력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장소에서 별도의 집회를 하고 별도로 행동하세요. 대다수가 비폭력 저항을 원하는 촛불집회 대열의 맨앞에 서있지 마세요. 그리고 비폭력 주장자들에게 욕하고 윽박지르고 멱살잡는 따위의 한심한 행동은 당장 멈추세요. 우리는 우리 식으로 싸워서 이길 겁니다. 비폭력 저항이야말로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만 알아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