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봉을 남에게 발설하면 처벌?"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개인별 계약, 월급쟁이에겐 독약"
"본인은 상기 연봉을 타인에게 공표하거나 타인의 연봉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근무 중 얻은 비밀을 재직 중은 물론이고 퇴직 후에도 누설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이 같은 의무를 수용함을 동시에 절대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한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C&M라는 회사의 연봉계약서 내용이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최 의원은 국정원 서약서나 로마시대 노예서약서 같다며 폐기하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임금 비밀주의' 문제가 C&M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표현이 다르거나, 강도만 덜할 뿐이지 C&M의 내용과 비슷한 임금계약서는 비일비재하다.
널리 퍼진 '임금 비밀주의'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개별계약이 늘고 연봉제가 확산되면서 임금 비밀주의를 강요하는 기업 정책도 널리 퍼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넘어 블루칼라 노동자에게까지도 개별계약이나 연봉제를 들이밀고 있다. 무(無)노조 사업장은 물론,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연봉제, 성과급제, 신경영제도라는 미명 아래 임금비밀주의가 횡행하는 실정이다.
임금을 남에게 발설하지 말 것을 처벌 조항까지 곁들여 고용계약서에 못 박아두면 노동자는 사용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기 쉬운 처지로 떨어진다. 임금을 사용자와 나만 알고 다른 사람들, 특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알지 못하게 되면 임금 투명성은 물론이고 회사의 재정 투명성까지 나빠진다. 노동자는 성과와 업적을 임금으로 보상받는데, 임금 비밀주의가 횡행하면 노동자의 성과와 업적이 제대로 평가되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거나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
단체교섭권의 약화
노동권의 측면에서 볼 때, 개인별 계약이나 연봉제 도입을 통한 임금 비밀주의의 확산은 단체교섭권의 약화로 이어진다. 노조나 노동자단체를 통해서 집단적으로 교섭을 하면 사용자에 대한 노동자의 발언권이 세지는 데 반해, 사용자와 노동자가 따로따로 교섭하여 개인별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노동자의 발언권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사용자가 자기 마음대로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결정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또한 소속 조합원들의 임금표조차 갖고 있지 못한 노동조합이 임금·단체교섭을 제대로 할 리 없고,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노동조합의 활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임금 비밀주의의 확산은 단체교섭의 위축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악화시키게 된다.
우리 헌법은 노동3권, 즉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세 가지 권리 가운데 단체교섭권은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이어주는 허리 역할을 한다. 세 권리 모두 똑같이 중요하지만, 단체교섭권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단결권과 단체행동권 모두 흔들리게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물론, 어느 나라의 노동법도 개인별 계약(individual contract)을 노동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제연합(UN)이나 국제노동기구(ILO)같은 국제기구들 역시 단체교섭권을 천명할 뿐, 개인별 교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한마디로 개인별교섭, 개인별 계약은 노동자의 권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 기업체 오너와 자영업자를 제외한 경제 활동인구는 대부분 월급 생활자, 즉 노동자다. 그러나 이 가운데 단체교섭에 참가할 수 있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의 노동자는 사용자의 횡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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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표현의 자유를 허(許)하라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0%로 1600만 명 노동자 중에 160만 명 정도가 노조로 조직되어 있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1명만 단체교섭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90%가 넘는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의 울타리 밖에 있고, 그 중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이 사용자들이 자기 마음대로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개별계약에 묶여 있다.
내가 땀 흘려 일해 받은 임금이 얼마인지를 타인, 특히 회사동료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왜 포기해야 하나. 우리 사회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내 연봉이 얼마인지를 남에게 밝힐지 안 밝힐지는 내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이명박 대통령이 받은 첫 월급은 140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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