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주저리

간만에 만원 버스를 탔다.

봄돌73 2014. 2. 19. 19:22

내가 탈 때 같이 탄 사람이 나까지 4명이고, 내린 사람은 몇 명인지 모르겠지만 있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또 타는 사람이 두 명, 내린 사람은 세 명쯤 되어 보였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만원 버스 안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이 같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몇 명이 내리고, 몇 명이 탔으니 뒷쪽이 널널하고, 앞쪽이 빡빡한 것은 당연한 사실


그럼에도 앞에서 뒤로 가는 도중에 있는 남자가 마치 장애물 마냥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밀고는 들어 갔다.

밀린 사람들에게는 죄송.


그 남자 앞에서 멈췄는데, 그래도 그 남자는 왜 밀고 들어 오느냐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또 밀었다. 이번에는 그 남자를.


그 남자도 화가 났는지 왜 미냐고 항의한다.

앞쪽이 빡빡하니 뒤로 가야지 않겠냐고 하니, 뒤도 빡빡하단다.

계속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었는데 내 뒤에 있던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시라 한다.

나에게 밀렸던 사람들 중 하나라 죄송한 마음에 더 이상 안 따지고 들어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의 여친인 듯.


버스가 꽉 찼을 때, 사람이 내려서 공간이 넉넉해지면 앞쪽에 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조금만 움직여 주면 좋을 텐데...

자기 공간이 넉넉해진 것만 생각하고, 앞으로 타는 사람들 때문에 공간이 계속 협소해지는 앞쪽 사람들은 전혀 생각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 사회를 고스란히 옮긴 것같은 버스 안이었다.

'그저 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연 이벤트  (0) 2014.05.15
가상현실 소설 소개  (0) 2014.03.07
국민이 호구니...  (0) 2014.01.27
'태국 태씨, 용궁 김씨, 우주 황씨' 만나본 적 있으세요?  (0) 2014.01.08
페북 하다가  (0) 2013.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