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카소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첫날 관객이 기록적이라는군요.
작년이었나요? 바르비종파 거장전이니, 서양미술 400년전이니 하는 작품전들이 열렸고, 대성황들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증거겠죠. 싸이월드나 블로그를 가봐도 각종 미술에 대한 게시물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대학에서도 미술사 시간이 꽉꽉 들어찰 정도로 성황이죠. 각종 신문들에서도 어떤 미술품이 얼마나 팔렸느니, 누구의 작품이 요즘 잘나가니 하면서 이런 인기를 반영하고 있죠. 교양인이라면, 세계인이라면, 현대인이라면, 인상파 화가가 누구누구인지, 백남준의 작품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둬야 하고, 마네와 모네를 헷깔리는 것은 위대한 미술을 공부하는데 당연히 따라오는 과정, 다빈치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인류의 미스테리.... 이 정도는 인식하고 있어야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피카소의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하는 좋은 현상일 수도 있겠는데....... 뭐가 씁쓸하냐구요? 제가 지금까지 늘어 놓은 이야기는 사실 "미술"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서양미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게 뭐 비단 미술에 관한 이야기인 것만은 아닙니다만. 우리는,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의 지식인들의 머리속은 우리의 것, 동양의 것이 아닌 서양의 것으로 꽉 차 있습니다. E.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의 원제는 <The Story of Art>, 즉 예술 이야기 입니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20세기 초 전 세계를 지배하자 너무 자랑스러웠나봐요. 당연한 듯이 서양 미술 = 세계 미술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론은 원래 작성자의 기준에서 바라본 세계에 대해 쓰는 것이니까요. 영화도 그렇죠. <세계영화사>같은 책을 펴보면 우리를 열광시켰던 <동방불패>, <영웅본색>, <미워도 다시 한 번>, <러브레터>같은 영화는 아예 없거나 책 끝나기 몇 페이지 전에 나오는 각주가 되어 있구요. 이게 또 그냥 서양 어디 학교에서 교재로 쓰다 말면 좋겠는데 그대로 번역되어 우리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세계의 Basic이다." 라는 메세지와 함께 말이죠. 해서 뭘 어쩌자는 얘기냐구요? 요즘 MBC에서 우리문화재 찾기 운동을 펼치고 있던데요. 찾는 것과 함께 버릴 것도 있습니다. 일제시대 "조선사편수위원회"에서 만든 <조선사>.......같은 책과 함께 36년간, 또 해방 후 당당히 살아남은 친일파(몇 개 신문사들 있는데 따로 말 안하겠습니다)들이 뿌려놓은 "식.민.사.관" 이라는 콩깍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참고로 식민사관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 조선은 강대국에 사대하기를 좋아한다 2. 서로 분열하기를 잘한다 --->고로 조선인을 강대국인 일본이 다스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너희들끼리는 아무것도 못하니 자꾸만 일본이 주는 걸 받아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근대화도 우리가 다 시켜준 거 아니냐? 뭐 이런거죠.) 이 식민사관을 제대로 해결 못하고 역사가 흐르다 보니 우리의 것은 낡고, 진부한 것이고, 개혁해야 할 대상이고 서양의 것은 우수한 것이니 진품이 오면 꼭 봐두어야 어딜 가서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거고, 우리끼리는 서로 싸우기만 하니 "선진국"이 하는 걸 근본으로 삼아 따라가면 되는거고....... 철학을 배워도 니체와 헤겔은 감히 우러르지 못할 대상이고 성리학은 붕당만들어서 나라 망하게 한 장본인인 거고, 기독교는 우리를 구원해주는 것인데 유교는 우리를 핍박하는 권위주의의 대명사가 되고.... 서편제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렸다구요? 서편제 내용이 뭡니까? 한 마디로 해방 이후 몰락해가는 판소리꾼 집안의 이야기죠- - 그 영화 마지막 장면은 눈잃고, 가족 잃고, 어디 후달진 곳 구석에 쳐박혀 누님과 헤어져야 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구요.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대사였습니다. 왕의 남자요? 왕의 남자로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남사당 줄타기 명인이 나이 지극하신 어르신 한 분이라는 것과 그나마도 배우려는 사람, 보려는 사람이 없어 그 간 어렵게 사셨다구요. 그리고 2006년이 되어서야 이제 겨우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조금 붙었다는 걸 스스로 깨닫는 중이죠.... 미술도 그렇습니다. 동양미술사는 세계미술사의 변방으로 취급되고 있고 그래서인지 하려는 사람도 많이 없고, 요즘 같은 세상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건 그냥 문화재로 취급되면 딱이라고 믿는 걸까요. 요즘 같은 세상에 맞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우리의 것, 동양의 것을 배척해왔으니 그 끊어진 맥을 어떻게 다시 이을 수 있을까 아득하기만 하니까요. 그 아름다움을 보는 눈도 이제는 다 잊어버리고 그 대신 열심히 서양의 것, 일본의 것을 위대한 것이라고 머리속에 우겨 넣었으니 이제 정말 우리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서양미술을 보면서 "아, 왜 우리에게는 이런 위대한 그림이 없는 것일까?"하고 한탄만 하고 있게 된 모양입니다. (얼마전에 문화방에 베스트로 올랐던 국악 그만 때려치는 게 좋겠다는 한 국악배우는 학생의 글이 떠오릅니다.) "그럼 우리도 이제부터 하면 되잖아."라고 대답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요, 우리가 우리의 역사, 문화를 제대로 보고 쓰고 감상할 수 있을 그 수준과 조건은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들이 동양미술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 딱 그 수준 밖에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0000명중에 100명이 화가가 되고자 한다면 그 100중 1명만이 반 고흐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남사당 줄타기 계승자가 적어도, 적어도 10명은 되어야 1명의 제대로 된 후계자를 남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이야기 할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우리는 뒤쳐졌던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길을 잃어버렸던 것일까요. P.S 영국 다이애나 비 죽었을 때 추모앨범이 가장 안 팔린 나라가 우리나라였다는데 저는 그게 정상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고로 죽은 건 참 안됬지만, 바람피다 죽은 아낙네, 행실도 안 좋았다는데 뭐 대단한 게 있다고 우리까지 호들갑을 떨어야 합니까....... 그리고 이런 이야기하면 또 "요즘같은 세상에 북한같이 자급자족하다 망하자는 말이냐? 이 김정일 사주받은 빨갱이 놈아." "남 잘되는 꼴 보면 배아파하는 근성이 영락없는 조센징이구나-" "야이 교양없는 놈아, 다이애나, 피카소가 얼마나 세계적인 인물인데 니 따위가 감히-" "쇄국정책하자는 말이냐?" 혹시 이런 분들 계시다면 그냥 무운장수하시길 빕니다. |
출처 : 문화방
글쓴이 : 백승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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