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언제쯤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점거 시위를 하시던 분들이 진압에 밀려 인도로 피신하던 때다. "비켜! 비켜! 비켜!"에서 느껴지는 현장감이 지금도 그 장소에 있는 듯 하다.

내가 찍은 동영상 중에 가장 올리고 싶었던 것이다. 연인으로 보이는 전경과 어떤 아가씨가 경찰방어선을 사뿐하게 통과하여 희희낙락하고 있다. 도대체 이 전경과 아가씨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시민들은 나라와 자신과 다른 국민들을 생각해서 새벽에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일반인이 들어..

조금 시간이 지나 아래 글과 같은 단체에서 나온 다른 분들이다. 아까와는 달리 맞았다는 진술이 많다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찍은 것을 널리 퍼뜨려 달라고 하시는데... 보다시피, 화질 구리고, 중요한 장면은 하나도 없다. ㅜㅜ

인권 관련 단체의 연합회 정도로 생각되는 곳에서 각종 피해 상황을 모으고 있었다. 잠깐 끼어들어 주로 어떤 진술들이 접수되는지 물어봤다.

취재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조명이 환한 곳에서는 자해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여경에게 머리 잡혀서 연행 당하셨던 그 장애인 아주머니라고 한다. 자해 시위를 하시는 분이 격해지지 않도록 구호를 자제하고 있다.

2차 진압 때 인도로 쫓기는 시민들. 이쪽은 골목길로 통하는 곳이라 사람들이 안쪽으로 들어가기도 했는데 이내 골목 쪽도 경찰들이 막아버렸다. 좁은 인도에 많은 사람을 밀어넣은 경찰은 시민의 안전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다.

진압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다른 사람의 동영상을 본다면 이 이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때 주의가 다른 곳으로 갔다. 그 한 순간에 진압이 시작되어서 찍지를 못 했다.

드디어 해산 명령이 떨어졌다. 철망 사이로 조금 보이는 종로경찰서장.

고참으로부터 몸 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진압이 임박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들리는 목소리는 종로경찰서장이라고 했던 거 같다. 얼굴도 찍으려고 했는데 어두워서 안 찍혔다. 찍혔어도 구멍 뚫린 철망으로 찍힌 거라 제대로 못 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