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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다시피 한국 게임 산업을 부흥시킨 것은 1998년에 출시 된 블리자드 사의 RTS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였습니다.
그 후, 한국 게임계는 젊은층의 절대적인 관심과 주식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낙관적인 미래를 예측하게 됩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이후, 실제로 한국 게임계에 닥쳐온 것은 단일 장르에 대한 쏠림 현상이었습니다.
그것은 게임 산업의 질적인 향상이 아니라, 몇몇 업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흔히들, 한국의 게이머들은 '한국은 10년이 넘게 스타크래프트만 즐기고 있다'라고 한탄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비교 대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게임사에서 스타크래프트의 대를 이은 것은 스타크래프트 -> 패키지 게임이 아니라, PC방의 대권을 이어받은 '캐주얼 게임'들이기 때문입니다.
1.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은 본래부터 게이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90년대 후반 한국이 게임 대국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국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생각은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전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애들이나 하는 것."
비록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해외 게임 산업의 발전에 침을 흘리고 있는 우리들(게이머)이 보기엔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는, 스타크래프트가 대흥행을 거두며 학교 선생님들도 아이들과의 화제 거리를 찾기 위해 스타를 플레이하던 90년대 후반으로 되돌아 가봅시다.
스타크래프트가 유행할 시기에는 또 다른 RTS 계의 거물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2'라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거의 모든 국민들에 의해 플레이될 시기에도, '에이지2'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말이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냐고 하면, 스타크래프트만 플레이한 사람들은 '일반인'이며, 거기에서 한발짝 더 전진하여 에이지2 등의 다른 게임에 도전한 사람들은 '게이머'라는 것입니다.
즉, 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로 대표되는 한국 게임 산업의 부흥은, 새로운 게이머와 개발자들이 대거 탄생한 사건이 아니라, 게임도 놀이문화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최초로 인식하게 된 사건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게임도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일반인들은, 전 국민적인 규모로 스타크래프트에 몰려들게 됩니다.
일 반인들은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게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스타만 플레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게임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게이머가 아니라, 게임을 유희문화의 하나로 여기고 있는 '사회인'들입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스타크래프트가 '농구'나 '축구'처럼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유희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 게이머들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우리의 취향을 요구하려는 것일까요?
비록 저도 스타크래프트가 아직까지도 플레이되고 있는 현실이 못마땅하지만, 일반인들은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과 관심 자체가 '게이머'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그들의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집착은 이해 되어야 합니다.
거 꾸로 말해서, 스타만 플레이하는 일반인들이 '너희들은 어째서 게임만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우리를 한심하게 여긴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너희야말로 스타크래프트는 그만하고 워해머나 해봐'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이것은 어느 한쪽이 옳거나 그른 일이 아니라, 어떤 문화에 대한 관점과 소비하는 비용이 다른 사람(매니아)들끼리의 무익한 논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본래부터 존재했던 게이머층과 일반인층의 분리
스타크래프트 출시 이전에는 그 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지만, 한국의 게이머들은 C&C 레드얼럿 등의 해외 대작 게임을 즐겨 왔습니다.
이때부터 PC방의 게임 산업은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으며, 스타크래프트의 출시로 전국민의 게이머화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헤비게이머와는 유래가 다른 라이트유저층의 대거 유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기존의 한국 게이머들은 '게임도 문화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게임 산업은 발전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비록 패키지 산업의 몰락으로 위상이 추락했지만)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일반인들과, 게임의 발전에 따라 플레이 게임을 바꿔온 게이머들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생기게 됩니다.
게이머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다양한 게임들을 즐기며 외국의 발전한 게임 문화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아무리 뛰어난 게임이 출시되건 말건 '스타가 최고'를 외치고 있습니다.
결국, 시간이 흐르자 게이머들은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일반인들을 멸시하게 되었고, 일반인들은 거꾸로 게이머들의 소망인 '게임의 질적 향상'을 등외시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3. 캐주얼 게임을 통해 이룬 국산화
한편, 스타크래프트의 진짜 후예는 국산 캐쥬얼 게임들입니다.
설마, 아직도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게임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죠? 현재 PC방에서 여전히 가동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처럼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게임 산업은 WOW나 리니지를 비롯한 MMORPG, 그리고 어린이와 젊은 유저들이 많이 즐기는 캐주얼 게임들에 의해 좌우됩니다.
특히, 유통되는 자본과 유저의 규모만 보아도, 한국 게임계를 움직이며 지탱하고 있는 것은 '캐주얼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게이머들이 보기에 이런 현상은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유익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1회 플레이하는데 몇시간이 걸리는 게임을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게임을 하는 것만이 유익한 게임 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한국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은 '국산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 -> 캐주얼 게임. 이제 한국은 내부에서 게임 산업의 돈이 도는 문화가 되었고, 일부는 수출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회사는 줄어들었지만,
4.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
앞으로 한국의 게임계가 지향해야할 것은, 특정 계층의 배척이 아니라, 흡수입니다.
스 타크래프트가 아직까지 플레이되고 있어서 슬프다구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계승자는 캐주얼 게임들)만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머리가 나쁘고 보수적인 사람들일까요? 일반인들은 왜곡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런 게임들만 플레이하고 있는 겁니까?
그렇다면, 게이머들은 일반인들의 전공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이것은 특정 직업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아닙니다. (저도 게임이나 줄창 해대는 악덕(?) 게이머입니다;) 단지, 사회에는 '역할'과 '취향' 자체의 생산성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스타크래프트를 아직도 하고 있는 유저들이 바보 같아서 견딜 수가 없다구요?
캐주얼 게임이나 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못마땅하다구요?
그래서요? 뭘 어쩌자구요?
게 이머는 게이머, 일반인은 일반인입니다. 게이머들은 우리들 사이에서 게임을 비판하고 즐기면서 게임 산업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면 되는 것이고, 일반인들은 각자 사회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 용도로 게임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경제와 문화를 내팽겨쳐두고 게임만 하면 좋겠습니까?
아니. 사실은 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군요. 모든 사람들이 C&C3이나 워해머를 플레이 하는 것을, 저도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보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소망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메달 오브 아너를 하며 세계2차대전의 폐해와 FPS의 타격감을 비교하는 토론을 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일입니다.
어 쨌든 한국의 게임 산업은 여전히 하나의 문화가 되기 보단 가치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타파하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유저' = '일반인'들에게 맡겨진 임무가 아니라, 직접 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게이머들의 일입니다.
자 신이 살고 있는 거리가 더러워서 불만이라면, 직접 쓰레기를 주우면 됩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서 '아, 역시 내가 사는 거리는 더럽네. 이곳은 저주 받은 곳이야.'라고 떠들면서 잔소리만 해대는 사람들을 보면 제가 더 부끄럽습니다.
외 국에서도 최초로 게임 산업을 발전시킨 사람들은, 현실을 보며 욕을 할 시간에 말 없이 쓰레기를 줍고 스스로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로 게임 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면, 우리도 대안 없는 비판이 아니라, 현실의 수용과 타협을 겸한 자기 발전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일반인들을 배척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들의 생활상에 깊이 스며들 수 있는 영향력 있는 게임(그것이 비록 캐주얼 게임이라해도)을 긍정적으로 발전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고, 일반인들도 게임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알빈안-게이머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줄 수 있는 매체 및 작품을 만들어 '자본의 유입'과 '질적 향상' 모두를 노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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