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 사채업자가 집으로 찾아왔어요”
사채업자의 생명 위협에도 경찰은 “알아서 하세요”
…고리대 단속해야 할 치안당국이 합의 종용, 대부업법에 무지, 이자율 계산도 못해
현재 사채업자는 법적으로 연30%의 이자를 받지 못하고, 연66%가 넘는 이자율을 챙길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또 오는 9월부터는 연49%를 초과하는 고리대는 징역형과 벌금형 부과대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최고 징역5년 이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까지 처할 수 있는 고리대가 엄연히 현존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안 되고, 엄정한 단속과 처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리대를 엄벌하고 서민경제를 보호해야 할 경찰 역시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지만 많은 경우 피해자인 채무자에게 합의부터 종용하고, 대부금리 계산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가 하면, 대부업법조차 숙지하지 못한다.
[[사진설명: 대한민국 사채지도. 민생지킴이가 전국을 돌며 수집한 사채 전단지들이다. 대부업법에 무지한 경찰의 대응부족도 사채업자들의 난립에 한몫을 했다. ]]
다음은 민생지킴이(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수집한 사례들이다. 우리나라 치안당국이 고리대 피해에 얼마나 불성실한 수사로 일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부금리 계산도 못하는 경찰
박희연씨(가명·서울 중랑)는 2006년경 일수업자로부터 500만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선이자 100만원을 제한 뒤 150일간 3만8500원씩 갚기로 했다. 2007년 박씨는 거듭되는 고리대와 불법추심에 견디지 못해 경찰서를 찾아갔으나, 담당자는 “이자율 위반의 근거가 없다”며 금리계산을 직접 해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의 계산법에 따르면 박씨의 대부금리는 연163.3%로 대부업법의 이자제한(연66%) 규정에 위반되며, 일수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져야 한다.
▶대부업법 모르고 사채업자 상대
민주노동당을 통해 ‘나 홀로’ 개인파산을 신청한 이송임씨(가명·서울 중랑)는 딸과 함께 사채를 썼다. 2006년 9월 이씨는 당으로 전화해 “추심원이 새벽부터 정오까지 모녀 단 둘만 있는 집앞을 지키고 있고, 아침에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려 했다”고 사정했다.
민생지킴이가 경찰 신고를 안내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갔다. 피해자들이 불법추심을 신고해도 경찰은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출동한 경찰은 대부업체 직원 얘기를 듣더니 “채권채무관계는 사적인 관계이니 당사자들이 잘 해결하라”고 했다.
사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위협행위 등은 불법 채권추심이고 3년 이하의 징역 내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범죄이지만 경찰은 위법사항에 대해 잘 몰랐다. 결국 이씨는 지구대를 경유해 경찰서까지 찾아가 고소를 마쳤다. 정당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명 위협에 “알아서 하라”
이석준씨(가명·서울 마포)는 사채를 빌린 후 갚지 못해 온갖 협박 및 폭언에 시달렸다. 2004년 8월 이씨의 집에 찾아온 사채업자는 동료에게 “차안에서 칼을 가져오라”며, 안 갚으면 집에서 내쫓고 사채업자 본인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만약에 경찰에 신고하면 밤길에 야구방망이로 뒤통수를 쳐서 아무도 모르게 저 세상으로 가게 하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연행 근거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 경찰이 돌아간 뒤 사채업자는 이씨 가족을 더 험하게 협박했고, 이씨는 다시 경찰을 불렀다. 경찰은 이번에도 “개인간 채무관계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며 당부한 뒤 돌아갔다.
▶집 뺏기고 가족 사망해도 무성의 수사
송민수씨(가명·경기 오산)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중 2003년 10월 한 대부업체에서 1000만원을 빌려 빚을 갚았다. 당시 송씨는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했으며, 대부업자는 틈만 나면 전액 변제를 요구하며 부친 명의의 부동산에 가등기 또는 근저당을 계속 설정했다.
나중에는 인감을 도용하고 서류를 위조해 부친 명의로 1억9000만원의 차용증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부친의 부동산에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충격을 받은 송씨의 부친은 2007년 2월 사망했으며, 송씨는 대부업자를 고소했다. 경찰은 무성의한 수사를 하다가 검찰로 사건을 넘겼고,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전문성 있는 금융감독기관의 관리·감독 부재가 문제
검·경 등 사법기관이 대부업체와 사채업자의 고리대 단속에 무능한 이유는 대부시장에 대한 감독체계가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위주의 대부업체 실태조사 및 금융감독당국 중심의 대부업 관리·감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나몰라 경찰, 이렇게 대응하라
불법 대부행위를 신고 받은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위반된다. 경찰공무원의 직무 중에는 ‘범죄행위의 제지’가 포함되며, 나아가 범죄행위로 인해 생명, 신체, 재산상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범죄 발생 전에라도 예방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출동한 경찰에게 범죄행위의 제지·예방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채무자가 불법추심을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한 상황에서, 범죄행위가 몇 시간째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이 정당한 이유없이 공권력의 발동을 하지 않아 채무자에 대한 위해 및 영업방해가 계속됐다면 이 경찰은 직무수행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형법 제122조의 직무 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
[사진 설명2: 2006년 3월 10일 방영된 SBS 세븐데이즈의 ‘죽음보다 무서운 빚독촉 불법추심’ 프로그램에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가 소개한 사채피해사례. 사채업자가 채무자에게 “왜 돈을 갚지 않느냐?”며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자 지급일을 며칠 연기해달라고 채무자가 하소연 하자 사채업자는 "채무자의 부인이라도 유흥업소로 나가 돈 벌어오라"는 요구를 했다. 아니면 장기계약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몸서리치는 사채업자의 위협에도 경찰은 없었다.]
※민생지킴이(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과중채무자를 위한 ‘나 홀로 빚 탈출’ 상담과 개인파산 신청지원활동, 개인파산·회생제 및 고리대 관련 법률개정운동 등 피해구제 및 제도개선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02-2139-7853~4, 홈페이지 http://minsaeng.kdlp.org ‘상담실’란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2007년 8월28일(화)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민생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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