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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0년동안 수입곱창만 먹었습니다...ㅠㅠ

봄돌73 2007. 8. 28. 09:48

회사 사람들과 오대산 등반을 마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영동고속도로 진부IC 바로 앞에 있는 황금마차라는 허름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테이블 달랑 4개있는 진짜 시골스러운 식당에 어울리지 않게 한우등심이 메뉴로 있더군여.

 

우리는 혹시나 하는 기대에 한우등심을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좀 있으려니깐 부엌도 아니고 주방도 아닌곳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힐끗 보니 냉동실에서 비닐에 싼 고기를 꺼내십니다.

 

서울에서는 고기 냉동시켜 파는거 손님한테 보이면 바로 망하겠지요?

 

우리는 아니다 싶어 그냥 곱창을 시켰습니다.

메뉴판에는 한우곱창이라고 되어 있더군여.

 

 

어딘지 모르게 서툴러보이는 아주머니가 깔아준 그냥 저냥한 밑반찬을 보며 잘못 들어왔구나 하고 서로 실망스러운 눈대화를 했지요.

 

돌판이 들어오고 역시나 동그랗게 마치 뱀 또아리틀듯 얼어있는 곱창이 쟁반에 담겨 들어옵니다.

 

우리는 커다란 실망감과 함께 그래도 들어왔으니 먹고나 가자 하는 심정으로 꽁꽁언 곱창덩어리를 돌판에 올렸습니다.

 

그때 아주머니가 이것 저것 밑반찬을 들고 오시며 하시는 말씀이 (진짜 구수한 강원도사투리로) 

"우리 곱창은 진짜 한우곱창이래여~ 평창 축협에 소잡는날 가서 직접 띠어오은 거래여~" 하십니다.

 

사연인 즉슨 월요일 목요일날 평창축협에서 진짜 한우를 잡는데 그날 가셔서 팔 양만큼만 사다가 냉동실에 얼려놓는답니다.

그리고 월요일날 띤 물건은 수요일까지만 팔고 목요일날 띤건 일요일까지만 판답니다. 나머지는 아까워도 그냥 버린데여.

(동네 아저씨가 소 부속 뭐 있냐고 하니깐 없다고, 일요일날 띠어온게 안팔려서 엊그제 버렸다고 대화 하는걸 들었습니다.)

시골이니만치 한우등심이나 한우곱창이 잘 팔리지는 않아 그렇게 보관을 해 놓으신다네여. 주 메뉴는 그냥 식사류.

 

그리고 반전은 지금부터 입니다.

식스쎈스, 디 아더스 반전이 쨉이 안됩니다.

 

곱창이 서울서 먹는 곱창하고 완전 틀립니다.

일단 굵기가 서울꺼에 비해 2/3에 불과합니다.

곱창을 굽기 시작하는데 특유의 누린내가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곱창의 생명인 곱이 거의 흘러내리지도 않습니다.

 

 

 

곱창이랑 막창이 같이 구어지고 있습니다.  (폰카로 찍어 화질이 많이 안좋습니다. ^^;;)

 

한점 먹어봤습니다.

 

분노가 밀려왔습니다.

 

서울서 그렇게 유명하다고 소문난 교대역 거X곱창, 신사동 영X곱창을 맛있다고 먹었던 우물안 개구리같은 나에대한 분노였습니다.

 

얼마나 쫄깃하고 고소한지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1인분 양도 주인아주머니가 대충 크게 만들어 놓았는데 순식간에 셋이서 3인분 다 해치우고 추가 1인분 시켰습니다. (서울가면 여기 1인분이 약 1.5인분 정도 되겠네여 ^^)

 

먹는 중간에 청양고추를 달라고 하자 아주머니 직접 식당뒤 밭에가서 직접 따다가 씻어주시는데.... 이 고추가 또 예술입니다.

생긴건 푸르스름한게 싱거운 풋고추같이 생겼는데 한입 깨무니 입안가득 매운맛이 꽉차게 확 퍼지는데....와.

매운거 광적으로 좋아하는 우리 사장님이 아주머니한테 사정해서 한봉지 사갈 정도였으니까여

 

 

같이 나온 상추또한 텃밭에서 키운 무공해 상추랍니다.

파는 상추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고 고소합니다.

 

된장또한 이집의 자랑거리입니다. (적어도 주인아주머니는 된장이 자랑거리인지 파악을 못하고 계십니다. ㅎㅎㅎ)

고추 찍어먹으려고 된장 달랬더니 서울에서 파는 허연 쌈장이 아닌 거무죽죽한 진짜 된장을 퍼다 주십니다.

 

정말 나 어렸을적 할머니가 장독에서 퍼내오는 그 된장 그대로입니다.

 

 

이걸로 된장찌게 끓이면 맛있겠다 싶어 고추 세개만 썰어넣고 된장찌게 끓여달라고 했습니다.

 

 

작은 상춧잎을 두 세개 포개고 그 위에 곱창 올리고 밥 올리고 고추 올리고 된장찌게 푹 떠서 덮은 다음에 쌈을 싸먹으니........

 

환상 그 자체입니다.  먹느라 이건 사진을 미쳐 못찍었네여

 

첨부터 인터넷에 뭐 올릴려고 찍은 사진이 아니라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아무생각없이 사진을 막 찍다보니 사진도 부족하고 질도 많이 떨어집니다. ^^

 

그렇게 셋이서 양많은 한우곱창 4인분 다 먹고 구수한 토종된장찌게에 밥 한공기씩 싹싹 비벼먹고 터질듯한 배를 안고 우리는 일어섰습니다.

 

같이간 우리 사장이 주인아주머니한테 고추좀 만원어치만 팔라고 하자 장사할게 없다며 5천원어치만 팔겠답니다.

 

그러더니 밭에가서 비닐봉지 하나가득 따다 주십니다. ㅎㅎㅎㅎ

 

정말 부족한건 허름한 건물 하나일 뿐,

 

곱창이면 곱창, 고추면 고추, 된장찌게면 된장찌게 어느하나 서울 일류음식점

부럽지 않습니다.

아니 그 이상입니다.

 

거기다 구수한 시골 아주머니의 인심까지.

 

정말 오랜만에 끝내주는 한끼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아 거기 메밀 막걸리 정말 맛있습니다. 흔들지 말고 위에 맑은거만 따라서 드세여.

 

가시는길은 영동고속도로 진부IC 나오자 마자 정면에 큰 모텔이 보이고 모텔 보고 우회전 하면 바로 왼쪽에 있습니다.

식당 나오면서 외경을 찍긴 찍었는데 밤이라 낮에 보시면 헷갈릴 수도 있겠네여.

 

강릉 가시다가도 잠깐 진부IC에 내려서 드셔도 될 것 같구여.

 

저는 이집하고 아무런 관계도 없구여.

 

아 참. 너무 맛있어서 인터넷에 올린다니깐 아주머니가 꼭 올려달라네여.

 

올려서 손님들이 찾아오면 우리한테 공짜로 곱창 구워 주신답니다. ^^

 

여러분, 이 집 곱창 드시기 전까진 서울의 웬만한 집에서 파는 소곱창 드시고 맛있다고 하지 마세여. 제가 슬픕니다.

출처 : 직찍 KIN
글쓴이 : fjones 원글보기
메모 : 진짜 함 가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