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chirashism.com/68?srchid=BR1http%3A%2F%2Fchirashism.com%2F68
더높이 더높이 하늘을 날으자
아래도 푸르고 위도위도 푸르고
옳은 일 위해 사는 용사들
겁날 것 하나도 없네
나를 따라라
정의를 위한 일에 목숨을 바치자
별나라에 사는 악당 괴롭히네 우리를
못된 무리 무찌르러
가자! 번쩍이는 은날개!
그로이저 X!
더멀리 더멀리 공중을 달리자
먹구름 헤치고 비바람도 뚫고서
싸움에 앞장을 선 용사들
승리는 우리 차지다
힘껏 싸우자
외로움 참아가며 우리 굳게 뭉치자
하늘과 땅 뒤흔드는 요란스런 저소리
싸우리라 물리치러
가자! 영광스런 은날개!
그로이저 X!
아래도 푸르고 위도위도 푸르고
옳은 일 위해 사는 용사들
겁날 것 하나도 없네
나를 따라라
정의를 위한 일에 목숨을 바치자
별나라에 사는 악당 괴롭히네 우리를
못된 무리 무찌르러
가자! 번쩍이는 은날개!
그로이저 X!
더멀리 더멀리 공중을 달리자
먹구름 헤치고 비바람도 뚫고서
싸움에 앞장을 선 용사들
승리는 우리 차지다
힘껏 싸우자
외로움 참아가며 우리 굳게 뭉치자
하늘과 땅 뒤흔드는 요란스런 저소리
싸우리라 물리치러
가자! 영광스런 은날개!
그로이저 X!
내 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부르는 만화주제가다. 얼마나 좋은가. 이 타오르는 듯한 열혈의 주제가라는 것이. 가요인지 만화주제가인지, 동요인지 만화주제가인지 모르겠는 최근 만화주제가와는 달리 확실히 만화주제가임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그 시대착오적인 점이 이 그로이저 X의 매력일 것이다.
"별나라에 사는 악당 괴롭히네 우리를""못된무리 무찌르러""정의를 위한 일에 목숨을 바치자." 가사들도 시대착오적이다. 요즘 누가 이딴 소리를 이렇게 대놓고 할까? 노골적인 적개심과 증오, 그리고 파괴욕구를 드러내는 이같은 가사를 아이들 만화영화 주제가라고 들려주었다가는 당당 시대착오적인 바보 소리나 듣고 말 것이다. 더구나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자니. 차마 쪽팔려서라도 못할 짓이다.
그럼에도 그때는 이런 것들이 너무도 당연했다. 지구를 노리는 절대악들. 그 절대악에 싸우는 정의의 편. 그래서 적들은 언제나 나쁜놈이었다. 주인공은 좋은 편이었고. 나쁜 놈들에 대한 절대적 증오, 적개심은 좋은 편인 주인공에 의한 파괴와 살육을 정당화시켰다. 좋은 편이기에 옳고, 나쁜놈들이기에 당연한 이분법적 구조. 그것은 냉전이데올로기에 의해 지배되던 그 시대의 반영이 아니었을까?
아니 어쩌면 1970년대 냉전적 갈등구조 속에 정권을 잡고 유지하던 군사정권의 정치적 의도도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독 일본의 이분법적 선악구도가 분명한 만화영화를 중점적으로 수입했던 것이 그 의심을 뒷받침한다. 아마도 국민을, 특히 어린이들을 이분법적 선악구도를 통해서 반대편에 대한 극한의 증오와 적개심에 익숙해지도록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거야 여쨌든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런 쓸데없는 정치적 상황같은 것이 아니다. 이 만화영화를 볼 때 그딴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고려할만한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냥 보면 좋고, 보면 즐거운 나이였다. 그때 내게 있어서의 그로이저X는 재미있는 텔레비전 만화영화 시리즈였을 뿐이다. 군사정권 어쩌구 하는 것은 머리가 굵어지면서 쓸데없이 달라붙은 잡스런 부록에 불과하고. 따라서 그런 잡소리는 제끼고 그로이저X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그로이저X하면 가장 인상적인 게 그 독특한 외형이다. 진짜 독특하다. 그때까지 "잘생긴 건 좋은 편 로봇, 못생긴 건 나쁜놈 로봇"이라는 도식화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에게 그로이저X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나쁜놈들 만큼이나 이상하고 못생긴 외형이라니. 하긴 나쁜놈들 로봇이 더 못생기고 이상하기는 했다. 생긴 모습만 가지고도 거의 컬트라 할 정도였다.
그 나마 볼만한 건 그로이저X의 변신장면. 마크로스와 Z건담에서 이미 구현된 사실적인 변형시스템이 일상화된 요즘의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보면 정말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뻔뻔한 변신장면이다. 거기서 어떻게 팔이 변하고, 어떻게 다리가 늘어나는가에 대한 기계적 설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변신한다. 변신하니까 변신한다. 변신하니까 그냥 변신이 된다. 비행기 형태에서 로봇으로 로봇에서 비행기로 필요하니까 변신하는 것 뿐이다. 당당하다 싶을 정도로 뻔뻔한 변신 시스템이다. 아니 뻔뻔하다 싶은 당당한 변신시스템일까? 그러나 그래서 어쩐지 설득력 있다. 남자다운 무데포에 어느새 그런 것따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게 된다.
나중에 알고보니 일본판 오프닝에 나가이 고의 이름이 나온다. 겟타의 변신시스템도 이 사람이 구상했지. 어차피 만화인데 뭐 그리 고민하냐며 여기는 다리 쭉쭉 늘리고, 여기는 팔이 쭉쭉 나오고... 아니나 다를까 역시 일본 최고의 변태만화가다운 솜씨다. 아무래도 변태란 천재와 통하는 것일까?
그로이저X의 출동장면도 인상적이다. 난간도 안전벨트도 없이 그냥 무작정 위로 올리는 의자 엘리베이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엽기다. 저기 앉아있으면 무섭지 않을까? 안전사고로 출동을 못한 적도 한 두 번은 있을 법 하다. 바다에서 솟구쳐 오르는 활주로는 그로이저X만의 매력이다. 바다 위에 길게 뻗은 경항공모함에서 볼 수 있는 스키점프대를 연상시키는 활주로. 그 활주로를 미끌어져 그로이저X는 그 은빛날개를 번쩍이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못된무리들을 무찌르러.
그렇게 출동하고 나면 전투장면은 원패턴으로 진행된다. 다른 텔레비전 만화영화 시리즈에서 그렇듯 그로이저X도 전투장면이 후반 절반 이하 부분에 집중되다 보니 다양한 전투장면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도 너무 원패턴이다.
먼저 더듬이에서 발사되는 더듬이지지기(이름이 기억 안난다.)를 먼저 먹이며 공격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 날개 아래에서 발사되는 작은 미사일의 연속공격. 물론 여기까지의 공격은 그저 오프닝에 불과했다. 초반이 지나가면 가면 거의 통하지 않는 터라 어린마음에조차 전혀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게 만들던.
본격적으로 공격은 그 다음부터였다. 먼저 날개에서 돋아난 커터를 사용해서 접근전에 들어간다. 날개로 적의 동체를 베는 공격을 하는 것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조종사들이 주간폭격을 해 오는 미국 폭격기 편대를 공격하면서 급하면 날개로 적 날개를 공격했다고 하는데 상당히 치밀한 과학적인 고증을 거친 장면이라 하겠다.(정말?)
적당히 베고 자르면 여기에 다시 무지개 광선을 쏘는데, 그 원리가 어떻게되는지는 모르지만 병렬이 아닌 무지개색이 직렬로 이어져 나가는 무지개 광선이다. 당연히 슈퍼로봇물의 상식처럼 상식을 벗어난 만큼 그 위력도 강력하다. 무엇보다 어린 마음에 그 형형색색의 광선은 위력 만큼이나 강하게 박혀든다. 아직도 그 장면 만큼은 잊혀지지 않고 어제 본 것마냥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이니.
그렇게 지지고 볶고 베고 튀기고 적당히 마무리지어지면, 마지막 공격이 가해진다. 슈퍼로봇물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라스트 필살병기. 그것은 가슴에서 발사되는 대형미사일이다. 폭발이 아닌 그대로 적의 로봇을 꿰뚫어 파괴하는 시커먼 것이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해지는 놈이다. 설마 벙커버스터의 대공버전인 걸까? 크기나 색, 위력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무서운 일본놈들. 벙커버스터를 대공미사일로 개조하다니. 역시 그로이저X를 만들만한 놈들이다.
마지막 벙커버스터 대공미사일 버전이 적 로봇을 관통하고 나면 한 차례의 폭발이 있고 전투는 매조지지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끝일까? 천만에. 그걸로 끝나면 그로이저X가 아니다. "못된 무리 무찌르는" 그로이저X의 매력은 이 다음부터다. 잔당소탕. 잔인하게도 적 요새에 대해 마무리 공격을 가해 자근자근 밟아버린다. 적의 수뇌를 제외한 모든 병사들을 몰살시킬 정도로 잔인하고 집요한 공격이다. 이 부분이야 말로 그로이저X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사실적인 전투묘사인가.
여기까지. 사실 딱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그로이저X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떠한 적과 어떻게 싸우다 어떻게 끝나는가 하는 것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도대체 언제적 만화영화이던가 말이다. 자료를 구하려 해도 스크린샷도 일러스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렵사리 주제가 음원과 일본판 동영상 몇 개를 구했을 뿐. 아마 그조차도 아니었다면 이 정도도 기억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정하고 그로이저X를 처음부터 다시 보지 않는 이상 모든 내용을 다시 떠올려 구성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긴 어차피 추억 속의 만화영화다. 하나의 작품이기 이전에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고 내게 남은 기억들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고, 그것을 보던 그 때의 감정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기억나면 기억나는대로 기억나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는대로 그것을 떠올리고 기억하고 그때의 기분에 젖어 또다시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그걸로 좋은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그로이저X에 관련된 것으로 아마 모든 딱지 가운데서 그로이저X에 써 넣어진 글자와 숫자가 가장 많았던 것 같은 그로이저X딱지도 떠오른다. 대략 200자 이상, 숫자로도 100자리 이상이었을 텐데(100자리 이상의 숫자라는 게 지금도 잘 감이 안 온다.) 글자와 숫자의 수와 높이를 가지고 겨루는 딱지 놀이에서 그로이저X는 그야말로 만화영화상의 그로이저X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필살병기였다. 그래봐야 내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저 경악스러울 뿐인 재앙이었지만. 딱지 가득 들어찬 글자 앞에는 어떠한 고집도 반항도 쓸모가 없었다.
또 그로이저X 종이접기도 있었다. 대충 박쥐접기와 비행기접기 사이에 허리부분을 접어 연결해 붙이는 거였는데, 잘 만들어 놓으면 얼추 비슷해 보였던 것 같다. 프라모델도 귀하던 실절 내 또래들은 그렇게 그로이저X를 소유하고 가지고 놀고 그랬던 것이다. 지금 보면야 유치해도 그때는 그만한 재미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이리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지도.
참 힘든 작업이었다. 기억나는 것도 거의 없고, 그렇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맞는 것이 또 드물고... 간만에 그로이저X
종이접기나 시도해볼까 하지만 과연 잘 될런지 모르겠다. 워낙 오래된 탓이다. 그로이저X나, 나나... 곰팡내 풀풀 나는 기억의
창고에서 한 번 때빼고 광내고 먼지까지 털어 늘어놓아 보았다. 간만에 추억에 잠기느라. 그때는... 그때는... 그
시절에는...
참고로 아래 건 일본 버전이다. 음원을 따로 갖고 있는 게 있는데도 저작권 무서워서 구하기 쉬운 일본방영본 오프닝으로 대체하려
했는데, 운이 좋게도 한국방영본 오프닝을 발견하는 바람에 이건 그냥 덤으로 붙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만화영화 주제가는 한국
더빙본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로이저X도 그 하나라 여긴다. 같은 곡을 편곡만 달리 한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도 이리 차이가
다르니. 다들 한 번 비교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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