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603241
이해관계가 있다보니 의사분들이 댓글을 많이 달아주신 것 같네요.
그런데 반대하실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댓글 가운데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1. 미국과 비교하면 ~ ?
왜 의료후진국 미국과 비교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군요. (미국이 왜 의료후진국이냐고 의문을 가지신 분은 '식코'라는 영화를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의료후진국이 아니라고 주장하시는 분보다는 '식코'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의료현실에 대해 더 잘 아시지 않을까요?) 세계 어느 나라가 후진국과 비교해서 우리도 이만큼 하면 된다고, 아니 후진국처럼 나빠지자고 주장하는 나라가 있는지요? 누가 인플레이션 낮추자고 주장하면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율이 10,000%가 넘는 짐바브웨보다 낮지 않느냐고 하실려나요? 외국의 사례가 필요하다면 의료선진국인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해주셨으면 합니다.
OECD Health Data
2004에 의하면 OECD 평균 공공보건의료기관이 75%이고 공립의료기관 비율이 가장 낮은 미국이나 일본조차 35%-40%의
공공병원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공공병원은 8%도 안된다고 합니다.
2005년말 현재 우리나라는
1.6명으로 OECD 평균 3.0명의 절반수준이고 의사수가 부족한 미국 2.4명,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동양의학이 발달한 일본
2.0명보다도 적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인구당 의사수를 결정하는 의대졸업자수도 인구 10만명당 9명으로 OECD 평균
10.1명보다 적습니다.
2. 의료수가(진료비)가 싸다 ?
네, 맞는 말씀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가격은 서비스의 질과 비교되어야 합니다. 대형병원은 몇 달전에 예약하고 당일 세시간 기다려서 불과 2~3분 진료합니다. 그러한 의료서비스라면 지금의 의료수가가 결코 싸지 않습니다. 제 글의 포인트는 진료비가 비싸니 낮추자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분들이 환자들이 많아서 과로한다고 하니 의사 1인당 환자수를 줄여주자는 것이고요. 그것 말고도 환자수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의사분들의 주장대로 진료비를 인상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것은 병원에 갈 수 있는 환자수는 줄일지 모르나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던가요?
그 리고 의료수가가 싸다, 즉 진료비가 싸다는 주장은 미국과 비교해서겠지요. 그런데 의료선진국인 캐나다, 유럽 국가들은 공립병원의 경우 진료비가 무료입니다. 우리나라 진료비가 싸다는 주장은 의료후진국 미국과 비교하는 것인데, 앞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왜 후진국과 비교해서 후진국보다 더나빠져야 한다고 하시는지 의문입니다.
따 라서 의료수가를 높이려면 먼저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의사수를 늘린 다음에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공립병원을 크게 확대하여 돈이 없어서 진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없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보다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부유층은 사립병원으로,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은 공립병원으로 가되, 모든 환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3. 의사들의 소득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서 높은 것이 아니다 ?
의사들의 소득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는 단순히 각국의 의사소득이 아니라 각 나라의 국민소득과 의사소득의 비율을 가지고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보다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의 소득은 어느 직업이나 우리나라보다 평균적으로 소득이 높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민소득 대비 의사소득이 높기로 소문난 미국보다도 우리나라 의사의 국민소득 대비 소득이 높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타직종과 비교하면 2004년 362개 조사직종 가운데 12위에 해당할 만큼 고소득직종이라고 합니다. 의사들의 소득탈루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점을 고려한다면 더 높아질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의료수가가 낮다고 해서 의사들의 소득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의사의 공급 부족으로 의사 1인당 환자수가 워낙 많다는 것이지요.
4. 개원의 가운데 문 닫는 사람도 많다 ?
개원은 사업이므로 파산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새로 개업한 일반 음식점 가운데 문 닫는 음식점은 얼마나 많은지 아시는지요? 의사분들은 문 닫는 음식점 많다고 법으로 강제로 음식점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의사는 폐업하더라도 다시 병원에 취업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만큼 의사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대학 학과 가운데 어느 전공자가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사업하다 그만두고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전공이 있는지요? 의사분들의 주장대로 의대정원을 현 수준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면 마찬가지 이유로 대학의 학과마다 모든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성장은 인적자원에 의해서 크게 좌우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다시 후진국이 되겠지요.
5. 의사가 많아지면 경쟁이 심해져 과잉진료가 늘어날 것이다 ?
네, 의사수가 많아지면 아니 정확히는 사립병원이나 개원의가 많아져 경쟁이 심해지면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 의료기관에서 차지하는 공립병원의 비율을 의료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서 국민 대부분이 공립병원을 이용하고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는 일부 부유층은 사립병원을 이용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독일, 프랑스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인구당 의사수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많지만 감기 환자가 오면 우리나라처럼 항생제 듬뿍 든 감기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과잉진료를 줄이기 위해서도 공립의료기관을 크게 확대하여야 하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립의료기관을 늘리면 늘어난 의대졸업생들의 취업문도 넓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공립의료기관을 늘리는 것을 반대한다면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과잉진료가 아닐 지도 모릅니다.
이하는 원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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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리나라 의사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종합병원의 인턴, 레지던트들은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에 1주일에 집에 한번 갈 정도로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고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격무에 잠마저 부족한 의사는 의료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피곤해하고 너무도 바빠 환자 1명을 볼 시간이 몇 분밖에 되지 않은 의사에게 사랑하는 가족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환자 가족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의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해에 약 만명이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외국으로 간다고 합니다. (의료후진국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의료관광을 오는 것을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선하기 위해 토론하면서 미국과 같은 후진국과 비교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의료선진국 유럽이나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우리나라로 의료관광 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의사들의 과로를 줄이는 것을 단기간내에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면 의사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료선진국에 비해 전체 의료기관에서 공립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과 인구당 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몇 년전에 의대정원이 어느 정도 늘어 최근에는 의사 수의 증가율이 높아졌으나 이는 워낙 의사 수가 적은 탓에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불과합니다. 장기적으로 의사의 공급을 결정하는 인구당 의대정원은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미달하여 의대정원을 더 늘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영원히 인구당 의사수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의료기관도 과도하게 사립병원 위주로 되어 있어서 과잉진료와 이에 따른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 위험이 있습니다. 최소한 서울의 구단위나 지역 군단위마다 공립종합병원을 설립하여 의대졸업자의 취업문도 넓혀주고 대다수 국민들이 적은 비용으로도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일부 의사들은 과로를 호소하면서도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의사공급의 확대는 반대합니다. 몇 년전에는 환자들을 볼모로 의약분업 파업을 하면서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환 자와 환자들의 가족들은 의사들의 노고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의사들의 과로를 인정해달라는 의사들의 주장은 의사들이 과로하지 않게 해달라는 주장보다는 자신들이 더 많이 벌 수 있도록 진료비를 올려달라는 주장으로 국민들에게 들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게 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의사들이 먼저 의료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의사의 공급을 늘리자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참 고로 몇 년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여 검사출신이 아닌 판사 출신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였다는 이유로 대통령에게 항명하던 평검사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전혀 의제와 관련이 없는 자신들의 과로를 호소하면서도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과연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혼동스럽습니다. )
ps. 이제는 정부 예산이 부족하여 못한다는 핑계는 안했으면 합니다. 4대강 살리기(?) 예산의 일부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의사의 공급 부족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의사분이 계시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제 이멜 lifeinpeace@naver.com으 로 질문이나 의견을 주셔도 좋습니다. 의대정원은 이해집단의 요구에 의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많은 양식이 있으신 의사분들이 의사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해주셔야 의대정원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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