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K161&articleId=136486&RIGHT_DEBATE=R9
저는 절대 이도경편 아니거든요
그리고 미수다에 나온 여대생들의 문제된 발언들, 참 사상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겉의 조건 보지 말고 내면을 봐라! 에서 내면도 그리 간단한 문제 아니라고 말했다가
제 원 글도 다 안 읽어본 것 같은 분들이 자꾸 뭐라 그러시는데요
조건 없는 사랑,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말은 좋긴 좋은데요
그걸 자기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 같네요.
솔직히 생각해 보라구요
당신이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도 그녀는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탐스럽거나
돈이 많아서 화려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거나
나의 관심사를 간파하고 생활에 활력을 주거나
어떤 방면에서 존경할 만한 능력을 가졌거나
과거에 나에게 크나큰 도움을 주었거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선을 행하는 천사거나
아니면 최소한
나에게 만족스런 섹스의 기회를 잘 제공하거나
분명히 그 사랑에는 어떤 하나 이상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왜 하필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요? 이유없이 그냥 너니까 좋다고요?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이유가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꼽기 힘든 건지, 정말로 이유가 없는 건지.
빨강머리 앤 같은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만일 그 앤이 자라서 발랄함을 잃어버리고 소위 독한년이 되었다면 그래도 좋아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변했다고 떠나겠죠.
그 발랄한 성격, 그것도 하나의 조건일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요?
돈이 많은 걸 보고 결혼했는데 돈이 없어지면 이혼하거나
예쁜 외모에 반해서 결혼했는데 늙어서 추해지면 버리거나
이런 것과 다른 점이라곤 그저 그 조건이 외부적인 것인가 내부적인 것인가의 차이일 뿐이죠.
재밌는 것은 외부적인 조건이 변해서 좋고 싫은 마음을 결정하는 것은 흔히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고
내부적인 조건의 변화에 따라 좋고 싫은 마음을 결정하는 것은 흔히 찬양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거죠
정확한 출전은 기억나지 않는데 옛날 책 중에 이런 글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남자가 출세하고 입신양명을 했는데 그 아내가 이혼을 하자고 했다고 하네요
남편이 아니 왜 이혼하자는 거냐고 묻자 아내는
"난 당신이 올바른 지조와 절개를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변절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하니 사람이 변한 것 같아서 정떨어졌습니다."
라고 했다고 하네요.
평가하는 사람이 아마 이 아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제가 남자 성격을 본다고 하니까
오히려 비난의 댓글과 비추천이 쏟아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건이라는 말에 그렇게 노이로제를 가지고 계신 건가요?
자 이번엔 반대로 생각해 보죠
그 조건이라는 게 정말로 하나도 없어도 호감이 성립할 수 있나 없나.
당신은 평범하거나 혹은 좀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젊은 남자입니다.
그
런데 어떤 여자가 키는 150도 안되는데 90킬로쯤 나갈 것 같고 얼굴도 귀여운 데라곤 없는 데다 온몸엔 처진 살들이 뒤룩뒤룩,
만져보면 무슨 악어가죽 만지는 것 같은 외모를 가졌다고 해보죠. 씻는다고 씻었다는데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나고, 왠지 옆에
있으면 온갖 운이 달아나는 것 같다고 합시다. 말을 섞어보면 도대체 아는 게 뭐냐 싶을 정도로 통하는 말이 없고, 직업은
프리터. 일하지 않을 때면 하루종일 하는 거라곤 거의 집에 틀어박혀서 잠을 자거나 뭘 먹거나 막장드라마를 보거나 하는 게 전부.
할 줄 아는 일 없음. 미래도 없음. 사교관계 전무. 무슨 패배의식에 쩔어있어서 뭐라고 건드리기만 하면 화부터 벌컥 냅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학창시절 동창이니 뭐니 해서 당신에게 반했다고 합시다.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당신만을 영원히 사랑한대요.
그러고서 10년동안이나 계속 쫓아다니면서 사랑한다고 자기 마음을 받아달라고 말하면고 가끔 도시락도 보내주고 또 가끔 비싸지는
않은데 마음이 담겼다고 하는 선물을 준다고 합시다. 그런데 도시락 먹어보면 무슨 돌 씹는 것 같고 마음이 담겼다는 선물도 대체
이게 뭐냐 싶을 정도라고 합시다.
이 여자가 귀여우신가요?
자기를 사랑해주니, 마땅히 사랑을 돌려주실 건가요?
결혼해서 먹여살리실 건가요?
솔직히 구역질나지 않아요?
무섭잖아요? 스토커로 신고하는 게 좋겠죠?
물어보면 아마 자기도 자기나름대로는 노력한다고 말할 거예요. 안 죽고 먹고 살려고 일도 하고 있고, 당신 마음에 들어보려고 이상한 십자수 같은 거 만들고, 먹지도 못할 도시락 만든다고.
근데 당신을 평생 사랑한다네요. 자신있다네요.
끔찍하잖아요?
그 노력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 있어요?
오히려 '왜 하필 이런 여자가 나를 좋아할까'하며 세상을 저주하지 않겠어요?
자기 혼자서 자기는 노력한다고 하는 말이, 아무런 결과도 동반하지 않는다면 진짜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을까요?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고, 아무런 효용도 주지 못하고,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는 노력이.
가족에게라면 모르죠, 그래도 이 아이는 노력을 한다. 아니, 아마 그런 노력이면 종국엔 가족도 대개 떠날 거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남남에게 어필하지 못할 거야 뻔하죠.
물론 사람이 하는 노력이 현실에서 저렇게까지 끔찍스러울 수는 없겠죠.
자기 노력이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자기 노력에 보상이 반드시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세요?
자기 노력이 자신과 주변에 변화를 준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그 노력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결과를 충실히 어필하세요. 감동을 줄 수 있게, 효용을 보이게, 변화를 보이게.
아
무것도 전달받지 못한 사람이 처음부터 당신을 탐구해서 당신의 그 노력을 알아채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은 옛날 같지 않아서 한두 사람이 아닌데, 일일히 남의 노력 알아봐주고 할 정도로 정신력이 남아돌진 않잖아요. 100년
200년 후에 운이 좋아서 누군가가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거라면, 까발리고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광고하는 법을 익히세요. 혼자 들락날락하는 블로그에 아무리 좋은 글을 쓴다고 해봐요. 메타 사이트에 안 올리면 며칠새
누구 한 사람 읽어주나. 시간이 많이 지나면 읽어주는 사람이 생기겠지만, 여자 앞에서 그러다간 독신으로 늙는 게 먼저라구요.
혹
상대방이 먼저 당신을 좋아하게 된 다음에는 시키지 않아도 당신의 노력을 먼저 알아봐주고 이해해 줄 것입니다만, 그전까지는 당신의
'예비 연인'은 모두 남남일 뿐입니다. 모르죠, 첫눈에 반하면 먼저 다가올지. 그런데 첫눈에 반하게 하려면 남자나 여자나 외모나
아니면 문서화된 스펙밖엔 달리 수단이 있나요? 그걸로 평가받기는 싫다며요.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난 이렇게 괜찮은 남자인데 왜 여자들은 내 괜찮은 면을 못봐줄까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자기가 스스로 정직하게 생각해도 정말 자기가 괜찮은 남자인 것 같으면
괜찮다는 점을 보이세요.
글쎄 워낙 내공이 엄청나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사람도 있겠고
별로 쌓은 건 없어도 천부적으로 표현이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 잘 안되는 사람도 있겠네요.
그러니까 공부해야죠. 예쁜여자한테 없는 돈 긁어서 무의미한 아부떠는 법 이런거 말고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연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세요.
싫으신가요?
그럼 그냥 편하게, 평생 독신으로 살아도 좋다는 마인드로 안분자족하고, 혹시 운이 좋아서 나의 숨겨진 장점을 우연히 알게 된 여자가 순수하게 다가오거들랑 이것저것 재지 말고 따지지 말고 순수하게 결혼하세요.
그것도 싫고 이 사회가 잘못되었고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봐줄 여자를 원한다! 라고 하신다면
투쟁하셔야죠.
사회의 썩은 정신머리를 바꾸자고.
근데 아마 그게 그리 쉽게 바뀌진 않을 걸요.
총칼들고 일어나실 거예요? 아니면 군인들(거의 남자니) 선동해서 여성부에 테러? 백프로 실패합니다.
남자라고 다 똑같은 생각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 일을 가지고 무력을 움직이는 게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관계되어 있으면 당연히 실패하겠지요.
그게 아니고 평화적인 방법으로라면, 아고라에 글 백번써도 지금 당장 바뀔일은 거의 절대로 없어요.
향후 몇 년간에도.
바뀌더라도
지금 혼인적령기인 남자분들의 혼기가 다 지나간 후에나 바뀝니다.
여권운동의 사례를 보세요.
지금 남자분들이 보시기에 여자천국 같은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젊은 여자들이
여권운동을 한 본인들인가요?
여권을 신장시키기 위해 온갖 제도를 만들고
남자들의 분야에 진출해서 커리어를 인정받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한 '최초의' 여자들
그녀들은 이미 우리의 어머니뻘, 이모뻘 되는 세대입니다.
남성부를 만들고 남권운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매스큘리스트 정도 되려나 그건?
그러면 원하시는 게 뭐든 간에 우리들의 아들쯤 되는 세대에서 그 혜택을 받기 시작할 겁니다.
아마 열심히 남권운동을 한 남자분들 본인은
스스로는 행복하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하고 오히려 욕만 실컷 얻어들으며 어쩌면 결혼도 못하고 살다가
중년 이후에나 되어서 젊은 남자아이들이 대접받는 걸 보며 자기 활동의 결과를 알게 되겠죠.
고행의 길을 가도 거기에 인생을 걸어보실 건가요?
아니면 그냥 영리하게 여자 마음에 드는 각종 방법을 익혀서 적당한 여자랑 결혼하고 애낳고 평범하게 살 건가요?
어느 쪽이 옳겠다고 하는 건 각자 생각에 따라 다르실테니 스스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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