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국내의 한 외국계 금융업체에서 급여와 인센티브를 합쳐서 10억원을 받은 임원이 나왔
다. 많은 셀러리맨들에게 꿈의 숫자이지만, 문제는 바로 그 사람이 신용카드 대금을 제때 못 갚아
서 돌려 막기를 해다고, 급기야 회사 법인 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크게 문제를 일으켰다
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쓰기에 그만한 거금도 부족했을까?
그와 가족은 여러대의 수입차를 두었고, 백화점 명품관과 유명 보석가게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극
단적이기는 하나, 문제는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소비 지출을 관리하느냐임을 보여주는 사
례다.
연봉 3000만원이나, 3억이나 수입과 지출에 모두 0 하나가 더 붙었을 뿐 쪼들리기는 마찬가지라는
말도 있다. 보통 직장인이 5만원에 가족 외식을 할 때, 그들은 호기 있게 친구들에게 수십만원어치
술을 산다. 그 빈도는? 결코 덜하지 않다. 남들이 10만원짜리 옷을 살 때 100만원짜리 옷을 산다.
그 결과 똑같이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재정 관리에 '열린 원'이라는 개념이 있다. 수입이 늘수록 지출도 따라서 느는 현상, 이것은 원이
열린 것이다. 즉 지출의 원이 시작과 끝이 맞물려 있지 못하고 열려 있는 이미지다. 수입이 조금
늘면 한 달에 한 번 하던 외식을 더 자주 하거나 경조사 비용, 선물 비용이 늘어나면서 지출도 늘
어나는 것이 열린 원의 예다.
반대로 수입이 얼마가 되든 일정한 액수로 지출 수준을 묶어버리는 것을 '닫힌 원'이라고 한단다.
지출의 원을 딱 닫아버렸을 때는 수입이 늘어나면 그만큼 고스란히 저축이나 투자를 하게 되어 자
산이 늘어난다. 열린원과 닫힌 원은 간단하지만 지출 습관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비유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본을 보여야 할 것이 많지만 소비 습관도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무조건 아끼거나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만이 모든 이들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원하
는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사는 모
습, 그리고 그를 위해 소비 지출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
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에 맞는 소비이다. 체면 차리는 데는 돈을 쓰면서 가족과의
단란한 한때를 위한 소비를 낭비로 여겨서 줄이려고만 한다면, 아무리 입으로 가족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더라도 사실은 가족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다. 소비처럼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것도 없다.
가치관을 분명히 하고 지출을 하면, 지출하는 순간의 망설임이나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같은 돈
이라도 성장을 중시하는 사람은 교육에 우선 투자하며, 건강이 최우선인 사람은 비싸더라도 유기농
식품을 구입한다. 남들의 시선을 중시하는 사람은 명품 가방에 돈을 쓸 것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당신의 행동이 그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기
때문에"라는 말처럼, 우리의 소비 습관이 우리가 무엇을 중시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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