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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회사의 야근지상주의에 대한 고찰

봄돌73 2010. 8. 20. 13:13

출처 : http://monowx.blog.me/110092360817




퇴근 시각 넘겼다면, 기한을 넘긴 것으로 간주

우선, 직원 급여와 직급, 역량 등에 맞게 관리자가 업무를 할당합니다.

저녁 6시까지 그날 업무는 사전 종결하고 리포트 하고 퇴근해야 합니다. 그날 업무 그 때까지 종결 못하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 찍힙니다. 그래서, 업무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그날의 일은 그날 마무리 해야 합니다.

야근은 감안하지 않습니다. 그럴수도 없습니다. 관리자가 정시퇴근 기준으로 업무량을 줬는데, 그걸 못해내면 재직자격 미달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풍토의 배경에는 관리자의 부서 운용능력과 직원 개개인에 대한 분석 평가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행태는 결과적으로 직원의 단위시간당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시켜줄 것이고, 회사는 이러한 업무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근무환경을 가능한한 쾌적하게끔 항상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볼 수 있는 광경은 그렇지가 않지요.

위에서 일이 떨어집니다. 관리자는 회의부터 일단 모집하고 봅니다. 역할과 입장도 다른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처리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의견을 묻습니다.

회의 하느라고 일단 하루가 갑니다. 할 일은 떨어졌는데 결과물은 머리속에 그려지는데, 과정과 방법에 대한 그림이 머리속은 커녕 노트에서도 그려두기 힘듭니다. 일단 작업 시작합니다.

시간 들인 만큼 작업은 했는데, 뭔가 보이질 않습니다. 밤늦더라도 보일 때까지는 해놓고 퇴근할까 싶습니다. 스케줄은 나와있는데 내일 뭘해야될지도 알겠는데, 회의를 해서 나름 계획도 다 잡았는데, 항상 시간 부족합니다.

그래서 매일 같이 야근하고 퇴근해서 어쨌든 일정은 맞췄는데, 깔끔하게 마무리가 안 됩니다.

물론, 모든 회사들의 모습은 아닙니다. ^^; 




'나머지 공부'를 하는 학생 중에 우등생은 없습니다.

소싯적 제 고향에서는 '나머지 공부' 라고 해서, 학력 부족으로 학습진도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방과 후 교사가 추가적인 교육을 행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6교시까지 마치고 귀가하고 다음 날 다시 등교해서 또 6교시까지 마치면서도 기본적인 학력을 유지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더러 있었고(저도 그랬음ㅋㅋ), 추가적인 시간을 투입해서 학습진도를 맞추려고 한게죠.

학습진도를 맞추지 못하는 학생이라고 해서 두뇌 회전력이 상대적으로 낮다거나 기억력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날의 수업이나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거나, 학생이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다른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필자 주 : 학교의 정규교육 커리큘럼은 해당 연령의 학생이 습득 가능한 범위에서 편성되고 집행됩니다.)

적절한 업무량과 그에 상응하는 업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그 이상의 시간을 요구하게 된다면, 해당 직원은 업무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됩니다. 무슨 이유가 되었건, 그 직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저 '더 많은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10을 열 번 더하는 것과 10x10 을 계산하는 것의 차이

업주나 관리자는 늦게 남아서 더 많은 일을 하고 가는 것을 원해서 야근을 암암리에 강요하지만, 서두에 쓴 내용처럼 진행하더라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의 업주나 관리자들은 글 서두에서 언급한 관리자처럼 직원 각각에게 업무를 적절히 할당할 수 있을 정도로 유능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글의 서두에서처럼 일을 하는 분위기에 직원이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눈에 보일 정도의 업무효율이 발생할텐데, 그걸 모르니-저는 솔직히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합니다-강제적 야근 분위기 조성이 문제가 되는 거라고 봅니다.

무지하고 무능한 상급자 또는 경영자로 인해서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은 높은 집중력에 대한 트레이닝 대신 과도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매일 매일 키워갈겁니다.




그릇된 야근제도가 가져다주는 것은 생산효율이 아닌 심리적 만족감

웹관련 업체를 다니면서 겪은 바로는, 야근에 해당하는 시간에 많은 생산이 이뤄지는 경우 극히 드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직원은 저녁을 먹는 것으로 시간의 상당을 소비하고, 소화기관에 대부분의 혈액을 사용하며 직무수행 보다는 '근무시간' 준수에 집중하게 됩니다. 저녁식사를 생략하는 경우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적 휴식시간으로 야근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경우에 있어서, 직원은 야근을 업무수행의 연속이 아닌 '회사생활'의 연속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을 더 하지 않더라도 자기계발이나 회사라는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발전적 행위를 한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리가 멀고, 제가 아는 한에서는 대부분의 야근 준수형 직원은 느슨해진 집중력으로 약간의 생산만 더 진행하고 늦은 시각에 귀가를 합니다.

관리자나 경영진에서는 이렇게 비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이나 풍토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직원들이 늦게까지 남는 모습을 기준으로 기업활동의 평점을 스스로 매겨보는 업주들을 너무나 숱하게 만났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관성과 인간의 습관

직원을 관리하는 여러 행태 중에서, 직원이 회사 시스템에 완전 융화될 수 있도록 지도 또는 유도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성문화된 제도적 장치로서 존재하지만, 관습적인 형태로도 존재합니다. 즉, 흔히 말하는 회사의 근무 풍토나 분위기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퇴근시각에 주변을 먼저 응시해야 하는 행동 역시 직원 스스로의 행동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보다는 회사라는 조직생활에서의 현명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생겨난 습관이겠기 때문입니다.

반대 상황을 가정하면, 퇴근시간에 여전히 업무를 붙잡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문화 속에서도 과연 직원은 주변 눈치를 보면서까지 퇴근을 머뭇거리는 상황이 펼쳐질지 의문입니다.

요컨대, 회사에서 적절하고 당위적인 문화나 제도를 설정해두고 그에 맞게 직원의 융화를 꾀한다면, 직원은 그 회사의 환경에 적응해 나아가는 방향으로 사고와 행동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야근은 직원 스스로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기회여야 합니다.

정규 업무시간에 충분히 업무량을 소화해내며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어느 날부터 야근이 필요하게 되었다면, 이는 회사의 매출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생산을 뒷받침해줄 직원의 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얘기가 되거나,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의 추가 노동이 필요한 상황이란 얘기가 됩니다.

매출 증대의 상황이었건 위기극복의 지원자가 되었건, 야근이라는 근무 행태로써 직원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에 회사는 보너스를 지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보상을 실시합니다.

회사는 직원의 야근이 보여준 결과에 현혹됨 없이 직원을 종전의 업무 상태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생산량 증대는 직원의 야근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직원의 동시다발적인 근무에서 파생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직원 스스로도 '회사생활'의 연장으로 그치는 야근의 풍토에 합류하기보다는 야근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인지하고, 무의미한 야근의 경험 누적이 자신에게 얼마나 악영향이 되는지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를 선택하기 위해 야근을 수긍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업무에 대한 효율성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경험을 하지 않도록 자신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