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이 먹고 싶다는 기막힌 글(82474)을 읽고 분개심에 글을 적습니다. 그 글을 쓰신 분이 10대라면 좋은 세상 만난 덕에 아직 철없는 것이고, 20대라면, 좋은 부모 덕에 아직 온실에 놓인 도련님일 것이고, 30대라면, 아직도 세상 보는 눈이 모자란 무지일 것이고, 혹시라도 40대 이상이라면 당신 또라입니다.
농민의 아들이라고? 농담이시겠죠. 아니면 부모 뼈빠지게 일 할 때 한 번 거들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셨던가. 농민들의 과격한 시위에 불만을 품는 여론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적개심이 이정도 일지는 몰랐네요. 그리고 농업과, 식량 안보의 중요성에대한 대중의 무지가 이토록 심각할 줄은 몰랐습니다. 농대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농사는 기계가 다 한다. - 그렇게 쉬운 일이면 왜 젊은이들이 하지 않습니까. 기계가 다해주는 편한 농사일인데. 기계는 일부일 뿐입니다. 봉사 활동조차 가보지 않으셨나봅니다. 제대로 된 농촌봉사활동 한 번만 가도 그런 멍멍이 소리는 내지 않으셨을 텐데요. 우리나라 농민 일인당 보유한 땅이 얼마나 협소한지 알고 계십니까?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미국같은 나라의 100분의 1도 안됩니다. 그런 좀만한 땅 붙이자고 그 비싼 기계를 새우깡 사듯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년에 한 번 쓰고 창고에 모셔둬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무리 나라에서 명분 좋은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빚입니다. 약과 인부로 농사한다. - 인간에 의해 재배되는 작물은 인간으로 치면 모두 기형입니다. 오직 하나의 생산품을 얻기 위해서 다른 부분의 기능을 축소시켜 그 부족한 부분은 인간이 보조해줍니다. 그것이 "작물"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사과나무는 농약 한 번 치지 않으면 100% 죽습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한 개체가 면역력이 약해지고, 키가 작아진 대가인 것입니다. 그 만큼 농약은 필수 이고, 약값 만만치 않습니다. 인부 어디 있습니까? 농사는 제 철이 있는 법이고 그 시기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막상 일손이 필요할 때가 되면 없습니다. 있어봐야 노인들입니다. 과연 그 분들이 인건비 만큼의 노동량을 충당할 수 있는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일본 쌀은 국외 수출한다. - 아직 들어보지 못한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일부의 특성화된 쌀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쌀 육종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니 이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쌀개방을 끝까지 미룬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을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농업이 본업이라면 품질을 갖추어라? 농민이 육종하는지 아십니까? 쌀은 국가에서 관리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수원, 밀양, 그리고 어디, 이렇게 세 군대에 기술원이 있는데, 국가에서 직접 육종하고 관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쌀 개방 될 줄알았면서 좋은 품종 얻으려고 왜 연구 노력하지 않느냐? 육종이란 다른 기술과 틀립니다. 다른 과학적 연구야, 시간 격차를 열정에 따라 따라잡을 수도 있지만, 육종은 그 텀이 훨씬 깁니다. 하나의 안정적인 품종이 만들어지기 까지는 보통 7세대가 걸립니다. 7년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몇 개의 작물로 품질을 금새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왜 농사 짓느냐? 식량 안보 때문에 국가에서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인건비라도 건지면 다행인 쌀농사 입니다. 쌀 값이 너무 비싸다니요. 피자 한 판만 안 먹어도 자신이 한 달 넘게 먹을 쌀을 사는데. [식량안보] -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보릿고개를 겪어보신 분들이라면 눈물어린 추억으로 추측가능하시리라 믿습니다. [국가안보]는 종종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체감하시리라 봅니다. 하지만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군대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식량입니다. 먹는 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어떤 집단도 제대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쌀이 주곡인 우리 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쌀을 관리하는 것이고, 안정적 식량 공급을 위해 일정 농토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나라에서 농사 짓지 말고, 값싼 수입 쌀을 먹으면 되잖아요! 아직 이런 초딩발상하지는 않으시겠지요? 그러다가 수출국에서 수출을 막고 값을 올린다면? 안그래도 불안정한 세계 기후인데 그 국가에 흉작이라도 든다면? 물론 그런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식량안보란 그 작은 가능성도 용납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국가의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해서, 북한이 왜 흔들립니까? 못 먹어서입니다. 식량이란 국가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공산품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됩니다. 휴대폰 없이는 하루, 이틀, 불편해도 평생을 살 수 있지만, 식량 없이는 얼마나 산답니까? 하루만 굶어도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들텐데요. 강대국이야 그들의 이기심에 무엇이던 팔아먹어야 되니 "공산품=식량"을 논리로 개방을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국민까지도 그런 인식을 가지고 계신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물론 세계의 흐름상 쌀 개방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사실 말이 됩니까? 너네가 우리한테 휴대폰 이만큼 팔았으니 우리 농산물 사가라. 우리는 휴대폰 강매한적이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물건을 팔았을 뿐인데요.) 우리 나라로서는 미룰 대로 미뤘습니다. 하지만 그 미룬 시간 동안 농민을 구제할 적당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 또한 분명합니다. 농민이 전체인구의 20%가 넘어도 그딴식의 안일한 대책으로 일관했을까요? 농민이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이 아니라 젊은이들로 이뤄졌어도 정부는 그렇게 방관했을까요? 막을 수 없었지만, 그 대책은 새웠어야 했는데, 정부는 무능력했고, 무책임했습니다. 농민을 폭력 무리배로 모는 언론 플레이를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불거져 나온 농민의 울분만 보고 눈살을 찌푸리신 분들께. 그들은 한 평생 농사만 지으신 분들입니다. 아직 30대 40대라서 어렵지만 다른 일을 구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농사만 지어왔고, 그것 이외에는 이제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쌀 개방은 그들에 있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촛불들고 평화시위나 할까요? 당신 같으면 내일부터 밥먹지 말라고 하는데, 법적으로 시위할 수 있겠습니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입니다. 농민들의 시위는 자신의 더 나은 이익을 원하는 노조파업과 성질이 틀립니다. 존재의 존폐가 걸려있는 문제인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죽고 다친 경찰들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내가 죽을 판인 농민들로서는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여론은 쌀개방과 식량이라는 본질이 아닌 오직 농민들과 경찰의 폭력적인 대립에만 초점을 맞춰,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르게 만들어 버리네요. 일제 강점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쌀개방 역시 얼마나 수치스러운 짓인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아무튼 쌀개방 됩니다. 관세를 매긴다고 해도 가격은 비슷하거나 더 쌀 것입니다. 맛도 비슷할 것입니다. 중국, 미국, 호주... 자국이 남는 쌀을 우리에게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일본도) 수출할 목적으로 연구하고 재배한 쌀을 우리에게 파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순수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수입쌀을 먹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맥도날드 대신 롯데리아에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
출처 : 사회방
글쓴이 : 자아분열증후군 원글보기
메모 : 쌀 개방에 관한 좋은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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