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스크랩] 양심적병역거부자는 이순신장군을 어떻게 보시나

봄돌73 2006. 1. 2. 17:49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신도들과 평화운동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여호와의 증인이라, 솔직히 종교적 믿음은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말하긴 어렵고 또 그 종교에 대해서 잘 몰라서 차후에 얘기하기로 하지요.
평화운동가들은 기본적으로 평화라는 인류의 이상적 가치의 실현에 기여하고자 함은 알고 있습니다. 평화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인류가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것도 충분히 동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사실 알 수 없는 것은 평화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병역거부이고 병역거부를 실현하면서 헌법적 의무를 구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병역대체제도를 주장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논리적이냐라는 겁니다.

애초 인류가 등장하면서 전쟁의 기원에 대해서, 세계전쟁사나 다른 역사서 등에서 나타나는 평화와 전쟁이란 관점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전쟁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고 평화는 전쟁 도발 전의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전쟁 vs 평화라는 대결구도를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겁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2~3천년 정도 전이라고 한다면 인류의 생산성이 높지 않아 자연의 영향으로 식량의 생산이 자족하기에는 부족할 때 살고자 하는 욕망은 다른 종족, 타인들에 대해 식량을 빼앗기 위한 전쟁으로 이어졌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인구 감소는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그 시대 생산량과 인구수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뭐, 이런 건 어디까지나 여러 이론 중 하나이고 실제로는 다양한 변수들이 함께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적어도 전쟁이 타인을 해하고 타국을 침략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건 여전히 변함이 없고 이런 침략 전쟁에 맞서는 것은 무력이 아닌 말로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변함이 없습니다.
애초 평화를 원치 않는 사람은 극히 적고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평화에 반대하는 사람들보단 압도적으로 많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기 때문에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지요. 국가간의 관계는 개인간의 관계와 같은 평등한 관계는 아니고 국력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 국가들 사이에는 긴장관계가 존재하게 되어 전쟁 발발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이를 테면 양심적 병역거부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아직 역사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순진한 얘기라는 것입니다. 평화를 바라지만 모두가 병역거부를 하고 군대가 해체된다면 군대 없는 국가가 되는 것이고 하다못해 중국이나 일본이 일개 사단만 데리고 와도 국가가 무너지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럴 상황은 없다고 보지만.

애초에 남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무기를 들진 않겠다는 고상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내 생명을 빼앗기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가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생명까지 내주어 나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 이런 내부적 동기가 성립하지 않는 한 타인은 군대를 가서 지키고 나는 무기를 안 든다 이런 건 오히려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요.

자, 그럼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만약 이순신 장군이 병역거부를 했다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서 자자손손 일본인이 되어서 살아왔겠지만 이런 것을 양심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요?

20세기 초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하에 있었을 때 안중근 의사나 백범 김구 선생, 김좌진 장군, 윤봉길 의사 이런 분들이 안 계셨다면 어떠했을까요? 일본의 식민지배하에서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억압되고 내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일본군의 무력으로 제압당한 채 살아왔는데 이런 것이 무기를 들지 않는 양심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지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국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분쟁은 계속되고 있고 주변국 일본, 중국도 군사력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대치하고 있는 북한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무기를 들지 않는다면, 우리가 힘으로 우리나라를 지키지 않는다면 평화실현은 커녕 평화상태는 단하루도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뭐, 인류 전체가 평화를 위해 무기를 들지 않는다면 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인류 60억 인구 전체가 병역거부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실현불가능한 이상 아닌가요? 불가능은 없다라고 하더라도 순서는 힘있는 국가들이 먼저 무기를 내려놓아야 가능한 거고 우리가 먼저 한다고 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평화는 산산조각나고 우리의 양심 또한 박살나고 말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양심의 자유는 내심영역에 있어서 '양심형성, 실현의 자유'와 외부로 표현되는 '양심실현의 자유'를 내용으로 하고 양심실현의 자유에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와 적극적 양심실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는 강요받지 않을 '침묵의 자유'와 '양심추지의 금지'가 있고 더 나아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적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표현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합니다.

병역거부에 대한 내심의 동기는 '양심형성의 자유'에 의해서 보장되는 것이고 병역거부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양심을 실현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병역거부의 결과로 평화가 오히려 위협이 된다면, 만약 타국에 의해 침략을 당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 어느 나라도 타국을 식민지배하면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해 주겠습니까? 병역거부가 오히려 소극적 양심 실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양심을 두 개로 나누어서 이 양심은 지켜도 되고 저 양심은 지켜도 되지 않아라고 하지 않는 이상 다른 양심의 근본존재를 위협하는 양심을 양심으로 부르며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무정부주의자로서 인류 모든 세계가 무정부주의로 흘러가는 것이 평화 구현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지금과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것조차 가능할런지요? 무정부주의로 갈 때 그 혼란은 어떻게 막을 것이고 그 사이에 나타나는 개인적인 폭력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병역거부만을 주장한다는 건 순수하고 이상적인 결과만을 바라보고 하는 위험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대체복무제하면 되지 않나 하는데, 제도 자체로만 본다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무기를 들지 않고서 병역을 이행하는 의무는 수행한다는 점에서 좋다고 보지만 대체복무제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동일한 것으로 볼 사안은 아닌 것 같군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은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이기적 의사의 표현이라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더이상 양심적이라고 부르지 말고 솔직히 대체복무로 총잡기 싫다고 한다면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양심이라고 부르짖는 이상 양심은 타협할 것도 아니고 양심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존재와 동일한 것인 이상, 대체복무제 시행이 양심의 실현과 동일하게 볼 사안은 아닌 것 같군요. 어차피 군대는 존재하고 다른 사람들은 총을 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이것이 능사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국가 제도 내에서 양심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병역거부가 순수하게 한 측면으로만 판단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양심실현이 정말로 양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인지, 산은 못 보고 나무만 보는 것은 아닌지는 더 생각해보고 더 깊이 숙고해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쉽게 무정부주의니, 국가에 대해서 그리 긍정하지 않는다느니, 총잡기 싫고, 평화 운동이라느니 하면서 양심으로 한다는 건 단지 양심의 고매함만을 내세우게 되는 건 아닌지요?
출처 : 사회방
글쓴이 : 태범 원글보기
메모 : 양병거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