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스크랩] Political Correctness 에 대해

봄돌73 2005. 12. 28. 18:49
political correctness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아마 영어권 국가에 사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한번쯤은 들어봤을 단어일 것이다.

 

 

political correctness 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처해진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표현이나 행동을 삼가는 것’ 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chairman, salesman 등의 단어를

chairperson, salesperson 등으로 쓰는 추세라고 배웠었다.

이런 것도 political correctness 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직업에 붙는 man 이란 말 자체가 남녀 평등 사상에 위배되므로)

 

 

예를 들면 정신 지체인 들을 일컫는 단어는

‘moron’, ‘idiot’  ‘mentally retarded’

 ‘mentally handicapped’  ‘mentally disabled’

 ‘mentally challenged’ 로 거의 쓰이고 있고,

혹은 ‘people with learning difficulties’, ‘people in special needs’ 등으로 쓰이고 있다.

 

 

political correctness 에 대해 이야기 하는가???

한국 사람들에게 약간 필요한 것 같아서다.



 

 


작년 이맘때 였을 것이다.


우리학교 로바츠 도서관 (한국으로 치면 ‘중도’ 쯤에 해당한다)

까페테리아 앞에는 큰 게시판이 있다.



거기 보면 갖가지 파티 정보나.. (비록 가진 않지만.;)

moving sale 혹은 ‘룸메이트 구합니다’ 등등의

유용하면서도 잡다한 정보들이 많아서

점심 먹고 나와서 뭐가 붙어있나

한번씩 쓱 읽어보곤 한다.



나는 ‘룸메이트 구합니다’ 이런 정보를 가장 눈여겨 보는데

어느 동네 방값은 얼마 정도인가…를 체크해보곤 한다.

그 날도 어김없이

덕지덕지 붙은 광고지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나의 눈길을 끄는 광고지가 하나 있었다.

 

 



룸메이트 구함’

‘** and ** street, all furnished, $500/ month,


 

찌라시’ 의 글씨체와 만들어 놓은 그 전체적인 모양새가

아무래도 중국 애들이 만든 티가 퍽퍽 난다고 생각하며

연락처도 보니 last name 도 중국계 last name 이라

음 중국애들이군’ 이란 생각을 하면서 쭉 보는데





‘CANADIAN BORN PERSON nullLY’



헉..-_-



난 ‘Canadian born person on-ly’ 라는 문구에서

아니 어찌 개념없이 저런말을… 하면서

욕 좀 얻어먹겠는데.. 하며

개념없는 중국애들이 영어를 연습하고 싶었나….;;;; 하는데



그런데 그 광고지 옆에 누군가가 (역시 예상대로)

‘WHAT THE FUCK! R u racist or something?’

‘What a fucking racist!’ 어쩌고 저쩌고

엄청 욕을 해 놓은 거였다.





솔직히 나도 그 찌라시의 연락처 이름이

Jane Smith 등등의 영어 이름이었으면 엄청 기분 나빴겠지만

그 연락처의 이름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Wang인지 Yang인지 하는 중국계라

쯧쯧 개념없는 중국넘들.. 영어연습 무지 하고 싶었구만’ 하고 말았는데

 

 



그 머랄까 native speaker 룸메를 얻어

desperate 하게 영어를 배우고픈

FOB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 …

‘CANADIAN BORN PERSON nullLY’ 라는 문구에 상처받은

1.5 Canadian 들이 화를 낸거 같아보였다.

 


 


몇 달 뒤, 같은 게시판에서

영어 잘하는 룸메를 얻어

영어를 늘리고 싶은 fob 누군가가

political correctness 를 발휘해

‘CANADIAN BORN PERSON nullLY’ 라는 문구를 순화한걸

다른 찌라시에서 볼 수 있었다.



‘ROOMMATE WANTED’

‘I am from France and I want to improve my English.

So I am looking for a roommate who is a native speaker of English.’



역시나.. 예전 걔들은 이렇게 썼었어야

욕을 안먹는 거였어’ 라고 생각했다.

 

 

 




몇 달 후..


난 수업에서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온 오빠를 알게 되었다.

같은 수업 듣고 해서 공부도 몇 번 같이 하고 했는데,

 


그 오빠가 어느 날

졍아, 너 백인 친구 좀 소개시켜 줄 수 있냐??’


 

-_-;;;;;; .. 친구?????;;;;;;;;;;

 


아 오빠가 영어 좀 늘려야 될거 같은데

여기 와서 맨날 보는 애들이 중국 애들이랑 한국애들 밖에 없어서..

너랑 친한 애 있음 소개 좀 시켜줘라.’



아.. 난 그분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유색인종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무지 잘하는 native speaker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 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백인 친구’라는 말은

(특히 캐나다에선) politically 옳지 않다고 지적을 해줬어야 하는건데…….

하는 후회를 했다.

 

 



그 오빠가 특별히 인종차별 주의자서가 아니고

분명히 너무 무의식 중에 나온 말일 텐데

한국에서 백인이면 다 ‘미국사람’ 인가 보다 하는 거처럼

영어를 잘하면

머리 노랗고 얼굴 하얗고 눈 파란 백인 캐네디언’ 이라고

생각하는 맥락에서 그런 말을 하신거 같은데


 


캐나다 특히 토론토에는

머리 까맣고 얼굴 노란데 영어 발음 굴러가게 잘하는 한국계 캐네디언도 많고

진짜 그냥 쓱 보면

왠지 한국에서 프레스기에 손가락 하나 날라간

무비자 동남아 노동자 같이 생겼으나

영어 유창하게 하는 스리랑카 교수님도 있고

히잡’두르고 다니는데 영어 굴러가게 잘하는 중동 여자애들도 있고

 


 

(난 처음 캐나다 왔을 때

히잡 쓰고 다니는 중동여자애들이 영어 잘하면 짜증났었다. 왤까?

아마도 ‘히잡’을 쓰고 다니는 무슬림 여자들은

나보다 약간 문명적으로 뒤떨어져 있다고 은근히 무시하는 마음이 있는데

영어는 나보다 더 잘해서 내심 짜증났었으리라.)




그들 앞에서

영어 잘하는 ‘백인’ 친구를 소개시켜 달라고 하면

완전 ‘인종차별 주의자’로 오인 받을 텐데 말이지….




아무튼 캐나다에서는 한국보다 ‘입조심’ 을 해야 할 일이 많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다보니

남의 감정을 본의 아니게 상하게 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한국 정치권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너무 놀라곤 한다.


 


노인들은 쉬셔야’ 하는 말을 들으면서

노인 분들이 맘 상해 하실텐데 라는 생각을 했고


 


대학 안 나온 대통령’ 어쩌고 할 때마다

그 말을 들은 대학 안 나온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 입을지 ..

여기 같았으면 상상할 수 없는 ‘망언’ 인데..



 

서울시는 도대체

하나님께 몇 번 봉헌된 건지…

불신도들이나 천도교인들 등등이

하나님께 서울시가 봉헌될 때마다

참 기분 나빠할 거 같기도 하고….

 


 


아 예전에 모 그룹의 방송 중 성기 노출 사고가 났을 때

모 정치인께서

동남아 3류 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 이라고 말했다는 뉴스를 보고

한국에 사는 ‘동남아 3류 국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그 소식을 접하고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을 일으키지 않을까

나 혼자 내심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한국에 사는 ‘동남아 3류 국가’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인터넷을 잘 하지 못하는지

그런 소문은 국제 사회에 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날 놀라게 했던 건

한국 안 에서 누군가가

그 ‘3류 국가’ 발언에 태클을 걸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한국 언론에서는

‘3류 국가’ 사람들의 기분 상하는 데에는

별 신경을 안 쓰는듯

그 일은 곧 잊혀져 버리고 말았다.


 


만약에 토론토에서 다리 하나 무너졌는데

토론토 시장이

우리 토론토가 아시아에 있는 3류 국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사고가 날 수 있습니까’ 하면

당장.. ‘3류 국가’ 사람들과

‘3류국가’ 출신들의 캐네디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말이지…



 

우리가 남들 말에 반응하는 만큼

우리는

정작 우리들이 내뱉는 말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거 같다.

 

 



가끔 북미의 Political correctness

가식적이고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한국사람들에게는 좀 필요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출처 : 칼럼
글쓴이 : 졍이^^ 원글보기
메모 : 상당 부분 공감이 간다.
우리 정서에 좀 너무 딴지 건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그 뒤에 나온 여러 가지 예시들은 상당히 공감이 간다.
특히 3류 국가나 봉헌 얘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