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거덕~

[스크랩] <MBC 2580> 성폭력 피해아동 아빠 입니다.

봄돌73 2006. 8. 22. 13:00
1.
저는 지난 일요일(2006.8.20) 시사매거진2580에서 방영된 피해 아동 중 한 명의 아빠입니다.
저는 지금 방송에서 나가지 않았던 내용과 그간 저희 가족이 겪었던 아픔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2.
저는 지난 5월말 저의 딸한테서 믿지 못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날 방송에서 나온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뉴스, 신문에서나 나오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던 일이 어째서 저의 딸에게 발생했는지 그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죽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처음 딸한테서 그 말이 나오던 날 저와 아내는 많이 울었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고통과 슬픔을 느낀 건 처음 이었습니다.
저는 올해 35세 남자입니다.
그런 저도 그날 이후 울다가 잠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먹고 싶지도 않았지만,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억지로 먹었습니다.


3.
근데 딸아이는 한번 입을 열자 더욱더 놀랍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계속해서 이야기 하는 것 이었습니다.

(부모로서 차마 그 내용을 여기 적진 못하겠습니다. MBC 홈페이지에서 시사매거진2580을 다시 보시면 내용이 나옵니다.)

딸아이는 놀다가 식사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아마도 자기의 비밀을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 했으니 이젠 이야기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저희 부부는 낭떠러지에서 거꾸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딸아이의 같은 어린이 집 친구들에게도 같거나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어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4.
딸아이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 부모들을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두 딸아이와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저의 딸이 행동 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고 부모들이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5.
구체적으로 딸아이가 3월 ~ 5월 말 까지 행동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부모 말에 의하면 다른 아이들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1) 굉장히 신경질적으로 변하여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굉장히 심하게 내고, 어떨 때는 자기 감정을 통제 못해서 뒤로 넘어갑니다.
이런 일이 굉장히 자주 있습니다.

2) 자주 자다가 갑자기 크게 울면서 깨어납니다.
흐느끼면서 우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신경질을 내며 크게 웁니다.
그리고, 누워서 발로 침대를 차며 온갖 짜증을 냅니다.

3) 멍하니 있거나 부모나 친구 등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합니다.
다른 아이 중에는 스스로 자해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4) 저와 다른 부모의 아이 중 몇몇은 약물치료 처방을 받았습니다.
약을 먹으니 아이가 거짓말처럼 다른 아이로 변하더군요.
그 약을 먹으면 울지도 않고, 짜증내지도 않고, 말도 잘 듣는 고분고분한 착한 아이로 변합니다.
첨에는 우리애가 얼마나 약에 의존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달 반 정도를 그렇게 약물치료 했습니다.
한번은 약이 떨어져서 이 삼일 못 먹은 적이 있었는데 또 아이가 굉장히 변하더군요.
굉장히 공격적이고, 울고, 짜증내고, 길에서 울면서 눕고, 하여간 자기를 통제 하지 못하더군요.
말도 갑자기 굉장히 횡설 수설 하고요.
마치 지킬과 하이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그리고, 딸이 성적인 행동을 하는 등 행동이 변했습니다.
가장 마음 아프고 슬픈 일입니다.

1)딸아이가 엄마에게 손등부터 손목, 팔, 어깨까지 혀를 내밀어 아주 천천히 &#54631;더군요.
네 혀를 정말 쭉 하고 내밀어서요.
그 다음에는 목뒤부터 귀 뒤쪽으로 가면서 천천히 계속해서 핥았습니다.
아빠인 저에게 와서 팬티 입고 있으면 안쪽으로 손을 넣으려고 한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우리애가 이렇게 변한 것을 보니 미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 부모한테서도 이와 같은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6월 중에 집에서 스카치 테이프를 온 팔에 다 감고, 스스로 입에도 많이 붙인 적이 있습니다.
새것 한 통을 다 썼죠.
아내는 깜짝 놀라서 온 팔에 감긴 테이프를 풀었습니다.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7.
우리 가족의 고통…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회사와 일상생활은 완전히 엉망이 되었습니다.
부모마음에 겪은 고통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병원에 가서 처녀막 검사랑 성병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검사 전 약에 마취되어 천천히 의식을 잃어가며 술 취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어린 딸을 바라보니 또 미칠 것 같았습니다.

딸아이가 갑자기 밤에 심하게 발작처럼 울고 한적이 있는데 그 때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 때라서 한번 야단친 적이 있었습니다.
별로 세게 야단 치지도 않았음에도 갑자기 거짓말처럼 얌전해져서 침대에 눕더군요.
아이의 행동이 너무나 순식간에 돌변해서 저는 그 날 많이 놀랐고,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누워서 계속 울더군요.
소리도 내지 않고, 흐느끼지도 않고 조용히 울더군요.
그러면서 ‘엄마 근데 그냥 눈물이 계속 나와’ 하고 말하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엄마에게 뭔가 말을 하고 싶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실은 일부일 뿐이고, 실제로는 하나하나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힘든 날의 연속 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딸아이의 모습을 계속 지켜보며 가슴 졸이고 있습니다.


8.
그날 시사매거진 2580에서 나온 엄마 중 한 명이 저의 아내입니다.
방송에서는 잘 안 나왔지만, 그날 인터뷰 하면서도 많이 울었습니다.
인터뷰 전날 아내가 저한테 그냥 담담하고, 침착하게 사실만 이야기할거라고 했습니다.
근데도 끝내 그러지 못하더군요.
다른 엄마들도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 우리들이 울었다고 하소연하는 것이 아닙니다.
좀 울었으니까 우리를 어떻게 봐달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부모마음은 정말 그런 게 아니란 걸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울지 말자고 계속 다짐을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9.
정말 용기를 내어 인터넷에 글을 올렸습니다.
지금 사건은 경찰에서 무혐의로 판단하여 검찰에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이대로 끝나야 하는지요?
이렇게 우리들은 평생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채 고통 받아야 하는지요?
시간 나시면 MBC 홈페이지에 가셔서 시사매거진 2580 2006년 8월 20일자 방송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희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자유토론방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메모 : 후~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