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버드 대학원 합격한 꼴찌 소녀"는 원래 "연합뉴스" 기사이고, 이것이 각 신문들에 보도가 된 것입니다. 원래 "중하위권"이던 학생을 "꼴찌"라고 과장 보도한 것은 연합뉴스 책임입니다. 그런데 유독 "조선일보"가 "억울하게" 공격 대상이 된 것은, 그동안 조선일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2) 이번에 하버드 대학원에 합격한 손 에스더 씨(만22세이니 더 이상 소녀는 아닙니다)는 한국에서 중학교 때까지 중하위권을 맴돌다가 영국에 유학한 이후, 성적이 상승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에 들어갔고, 이제 졸업 후 하버드 대학원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케임브리지"나 "하버드"나 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문들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 3) 논란의 핵심은 "어떻게 한국에서 중하위권에 맴돌던 학생이 케임브리지, 하버드 등을 척척 들어갔느냐"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째, 손 에스더 씨에게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맞지 않았는데, 다행히 영국의 교육 시스템은 본인에게 잘 맞았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잘할 수 있었다. (이것은 "따라서 한국 교육이 잘못 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됩니다.) 둘째, 초등학교-중학교 때까지는 못하다가 서서히 정신 차리고 방향 잡아서 나중에 SKY 들어간 학생들은 많다. 손 에스더 씨도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것은 "한국에서도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사건이 케임브리지, 하버드 등의 이름으로 과대 포장되었을 뿐"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두 가지 경우 가운데, 뭐가 정확한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4) 기사 제목에서는 "꼴찌 소녀"라고 했지만, 기사 본문에서는 "중하위권"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연합뉴스가 이를 과장 보도한 책임은 분명 있습니다. 또한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 보도한 다른 신문들에게도 기사를 제대로 검토, 수정하지 않은 책임이 있습니다. 책 팔아먹기 광고 때문이었을까요? 5) 케임브리지, 하버드 들어가는 한국 학생들은 매년 수십명 됩니다. 옥스포드, 프린스턴, 예일, MIT 등 세계적인 레벨의 대학들을 모두 따지면 매년 수백명 됩니다. 그 가운데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잘하던 학생들도 있겠지만, 손 에스더 씨의 경우처럼 처음에는 못하다가 나중에 잘하게 된 학생들도 여러 명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로지 손 에스더 씨만 띄워주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죠. 6) 미국에서 아이비 리그 들어가는 것보다, 한국에서 SKY 들어가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비 리그는 학과 성적이 상위 몇 % 이내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특기적성활동이나 봉사활동 같은 것을 보고 뽑는데, 한국은 학과 성적이 상위 1~2% 이내에 들어가야 SKY를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7) 외국 명문대학을 들어간 학생이 나중에 한국을 위해서 봉사할 것이냐, 그 나라를 위해서 봉사할 것이냐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그 나라 시민권을 얻어서 완전히 그 나라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한국과 그 나라 사이를 오가면서, 그 나라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외국에서 한국계 교포가 상류층으로 진출하는 일이 많으면 한국으로서도 로비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 해군 장교였지만 한국 정부를 위해 노력하다 감옥살이까지 했던 "로버트 김"의 경우처럼. 단지 어떤 사람들처럼, 이 경우에는 외국 사람입네, 저 경우에는 한국 사람입네 하면서 오로지 이익만을 찾아다니는 박쥐 같은 경우라든가, 한국에서 돈 벌어서 외국에서 다 써버리는 경우라든가,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한국 내부의 정보를 팔아넘기는 경우라든가, 이런 게 문제겠지요. 이건 분명 철저히 단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한국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8) 손 에스더 씨가 케임브리지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원에 합격한 것은, 분명 그 가족들의 경사이고,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러나 매년 수십명 수백명의 한국인들이 외국 명문 대학/대학원에 들어가는 현실에서, 특별히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일을 전국 여러 일간지에 보도한 언론들에게도 경박함이 있고, 이 기사를 보고 필요 이상으로 호의 또는 불만 반응을 보인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식 자체는 결코 특별히 비중 있게 다루어질 일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냥 매년 수백 건씩 일어나는 한국인 외국대학 합격 소식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이 기사를 보고 "우와, 대단하다, 역시 한국교육은 안돼"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사대주의"의 표현일 것이며, "그래, 너 잘났다, 돈이 있으니 가능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열등감의 표출일 것입니다. 균형을 잡읍시다. |
출처 : 문화방
글쓴이 : 조진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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