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주저리

어쩌다가 IE가 웹브라우저의 표준이 되었을까?

봄돌73 2008. 2. 15. 18:20

제목 수정했습니다.

웹의 표준 -> 웹브라우저의 표준

 

내가 처음으로 누리망이란 것을 알았을 때는 웹이란 건 없었다.

그때는 ftp니 gopher니 하는 것들을 썼더랬다.

그 이전에는 사설통신망과 01410으로 대표되는 하이텔 등이 있었고...

 

그리고 몇년 지나지도 않아 웹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고,

그때는 넷스케이프가 독점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IE가 독점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을까?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시간순으로 살펴보자.

 

1. 넷스케이프 독점 시대

그때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무조건 넷스케이프다.

넷스케이프 짱!

 

2. IE 등장

IE 그게 뭐삼?

윈도 까니까 덩달아 깔려 있긴 하던데...

넷스케이프 깔기도 귀찮아서 함 써봤지만 이것도 브라우저라고 만들었삼?

이뭐병...

 

3. IE가 점점 점유율을 잠식해 들어오다.

IE4까지만 해도 넷스케이프를 앞지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이전까지는 웹페이지 하나 제대로 표시 못하던 브라우저 같지도 않던 것이 브라우저 같아 보이기는 했다.

이때 넷스케이프는 정신을 차리고 추격자를 따돌렸어야 했다.

 

4. IE가 대세가 되다.

IE5 이후가 되면서 넷스케이프는 저물어 가는 해가 되었다.

이때부터는 IE에서 제대로 보이는 사이트와 넷스케이프에서 제대로 보이는 사이트가 나눠지기 시작했다.

이때라도 넷스케이프가 정신을 차렸으면 좋았겠지만...

자기들은 표준을 지키고 있다는 안이한 생각에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다.

시장은 표준엔 관심이 없다.

 

5. 불여우로 인기를 끌다.

현재 넷스케이프를 소유하고 있는 aol에서 시작한 모질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공개 브라우저 정책은 몇 가지 브라우저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불여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불여우는 탭브라우징과 각종 추가 기능을 바탕으로 도전자의 위치에서 새로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작년 여름 혹은 가을쯤 국내 브라우저 사용자 조사에서 0.64%(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내 기억에 있는 수치니까. 단, 1%를 못 넘었다는 것은 정확하다.)라는 저조한 점유율을 기록한다.

 

6. 넷스케이프가 사라지다.

올해 2월 1일자로 더 이상의 넷스케이프 갱신은 없다는 발표가 있었다.

넷스케이프는 미국 실리콘 그래픽스사의 창업자인 짐 클라크가 일리노이 주립 대학교의 슈퍼컴퓨터 응용 연구소에서 WWW 브라우저 모자이크(Mosaic)를 개발한 마크 앤드리센 등 연구원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하여, 1994년에 개발한 브라우저이다.

이후 1998년 aol에 넘어갔고, 드디어 올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상(5번의 국내 조사 부분을 빼면 전세계적인 상황이다.)으로 봤을 때 넷스케이프의 몰락과 사용자의 브라우저 선택권 박탈과는 상당한 연관이 있고,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사용자에게, 그에 버금가는 부분이 넷스케이프에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홀로 독주 하다가 양대산맥이라고 불리게 되면 상대방을 분석하고 자기네의 모자란 점을 고쳐야 하는 거다.

표준을 지킨다는 자부심? 자존심? 또는 IE를 우습게 여기는 마음?

이런 점 때문에 무너졌다고 본다.

현재 IE 때문에 시끄러운 것도 불여우가 시장 점유율이 높은데 사이트들이 제대로 지원을 안해서가 아니라

M$에서 자기네가 만들어서 뿌린 ActiveX라는 방식을 지양하겠다고 밝힌데서 시작된 거다.

결국 불여우가 잘해서 이뤄낸 성과가 아니라는 거다.

 

사용자는 스스로 브라우저 선택권을 버렸고, 그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것 써봤어야 비교를 하지...

웬만큼 불편한 것은 익숙해지기 마련.

 

나도 지금 불여우를 써서 이 글을 적고 있지만,

앞으로 불여우 진영에서 IE와 경쟁 상대가 되고 싶다면 표준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불여우가 전세계 점유율 14% 정도가 되는데 그 동안 IE6으로 울궈먹던 M$가 바로 불여우에서 지원하는 기능들을 대부분 갖춘 IE7를 내놓은 점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는 ActiveX는 어쩔 수 없더라도, IE에서 보이는 사이트는 불여우에서도 잘 보이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후발 주자로서 경쟁 상대가 되는 거다.

선두 주자가 하는 짓은 다 할 수 있으면서 특화된 무언가를 가져야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거다.

M$가 끼워 팔기라는 상술을 발휘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