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망인'이라 하다니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망인은 진짜로 남편이 죽었는데 아직 살아있는 죄인이라는 뜻일까?
아래는 댓글로 달려다 너무 길어져서 여기에 쓰는 바람에 높임말이 되었다.
난 평소에 반말로 글 쓰는데...
어원을 따지니 그런 말이 아니네요.
왜 나쁜 말이라고 되었는지는 아마 이오덕이란 분의 책에서 그리 나왔기 때문이겠지요.
미망인이라는 말이 제일 처음 등장한 책은 춘추좌씨전이라는 책인데,
춘추시대 노나라 왕(성공)이 노나라의 백희라는 사람이
송나라 왕(송공, 확실하지 않네요. 왕인지 아닌지)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계문자라는 사람이 수행원으로 따라갔다 왔기에, 노고를 치하하는 연회를 베푼 자리에서,
계문자가 시집간 희라는 사람이 잘 살 것이다고 축하의 말을 하고,
시집간 희라는 사람의 어머니인 목강이라는 사람이 답가를 할 적에 스스로를 가리켜 미망인이라고 한 겁니다.
여자가 남자의 부속물이기에 죽었어야 한다는 의미는 없습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강한 사회였습니다.
게다가 기원전쯤의 과거라면 당연히 여성중심사회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시기였습니다.
멀리 이집트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중국에는 측천무후가, 국내에도 여왕들이 등장하던 시기지요.
또, 화랑이라는 것도 원래는 여자들의 단체에 남자가 쫄따구로 따라다니던 그런 시기죠.
다시 말해, 남자의 부속물로 죽는 여자는 거의 없던 시대라는 거죠.
게다가 왕이 한낱 백성이 시집간 것을 수행했다고 치하하진 않겠죠.
아마도 동생이나 그에 준하는 사람이 시집을 갔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딸로 둔 사람이니 대비(조선시대 기준으로 보면) 정도의 사람이겠지요.
대비가 스스로를 미망인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왕이 스스로를 과인 혹은 짐(이건 황제던가...)이라고 부르는 거랑 같은 말입니다.
다시 말해,
미망인은 나쁜 말이 아니라 존귀한 신분의 사람이지만 남편을 여읜 사람이 스스로를 낮춰부르던 말입니다.
상당히 좋은 말이라고 할 수 있죠.
마누라처럼요.
마누라도 원래는 노비가 주인을, 혹은 한 나라의 왕을 마노라라고 부르던 것이 사람들의 높여주면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점점 지위가 격하된 것처럼,
미망인도 처음엔 높은 사람에게 쓰이던 것을(대비가 쓴 말을 아무나 함부로 썼다고 보긴 어려우니) 점점 아무나 쓰게 되어 지금은 이렇게 오해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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