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주저리

우리말의 발음에 대해서

봄돌73 2006. 2. 14. 02:59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 발음을 영어식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릉'이 있다.
서울 사람들한테 말해보라 하면 백이면 구십구가 '선능'이라고 한다.
'인라인' 같은 경우는 영어에서 온 말이니 눈 감아줄 마음이 생기기라도 하지만
'선릉' 같은 경우는 지하철 역에 영어 표기로도 '설릉'이라고 써놨는데 다들 틀리게 발음한다.

이는 다만 일반 국민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국어를 공부하고 표준말을 만드는 국립국어원도 마찬가지다.

'넓다'는 [널따], '넓구나'는 [널꾸나]는 발음합니다.
'맑다'는 [막따]로 발음합니다.
'밝다'는 [박따]로 발음합니다.

이는 국립국어원에서 답변한 내용이다.
'넓은'을 발음하면 '널은'이 될까?
아니다 '널븐'이다.
그런데 왜 '넓다'는 '널따'일까?
'ㄼ'에서 'ㅂ' 발음은 어디로 간 걸까?
거기까지는 실제로 발음이 거의 안되는 묵음처럼 여겨지고 있으니(실제로 사투리를 살펴보면 묵음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하자.
하지만 '맑은'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말근'과 '막따'의 차이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똑같이 '맑'이라고 썼는데 발음이 다르다.
한글의 장점인 소리나는 대로 쓰고, 쓴 대로 읽는다라는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말과 결합하면서 실제로 지켜지지는 않아, 어릴 적에 소리나는 대로 적기라는 시험문제도 있었던 것을 안다.
하지만 실제로 쓰인대로 소리를 낼 수 있음(사투리에서는 아직도 '말ㄱ다('맑다'의 오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에도 불구하고 영어식 발음을 차용하여 우리말의 장점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맑다'의 발음은 '말ㄱ다'이고 '맑은'의 발음은 '말근'이다.
이러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말ㄱ' 발음 뒤에 모음이 오면서 '맑은'의 발음은 '말근'이 되는 것이니까.
'맑다'라고 쓰고 '막따'라고 읽으면서 '맑은'은 '말근'이라고 읽어야 하는 황당함.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규정은 고쳐주기 바란다.

'맑다'가 '막따'가 되는 방식이 영어에서 왔다는 주장의 근거는 '맑스'이다.
80년대 이전에 나온 책을 보면 '맑스'라고 쓴 책들이 있다.
우리가 요즘 마르크스(Marx)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단순히 발음되는 자음들을 모아서 쓰면 '맑스'가 된다.
하지만 이를 발음할 때 영어와 우리는 반대의 성향을 띄게 된다.
우리는 '말(ㄱ)스'로 'ㄱ' 발음이 묵음화된다.(그렇다고 묵음은 아니다.)
하지만 영어는 '마(ㄹ)ㄱ(여기 'ㄱ'은 받침이다.)스'가 된다.
'ㄹ' 발음이 묵음화 되는 것이다.
이런 경향(영어식 발음)이 점차 우리말에 영향을 끼쳐서 한글의 장점 중의 하나를 소멸시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