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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호남 감정은 옛말, 서울-지방 감정 격해진다.

봄돌73 2006. 3. 8. 15:07
아직 서른에 채 미치지 못한 저는 지방과 서울에서 각각 절반 씩 인생을 보냈습니다. 특정 지방을 언급하면, 편견을 가질 수 있으니 그냥 남도 지방과 서울을 번갈아 가며 살았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살던 지역은 이른바 예전의 지역감정, 즉 '영호남 감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은 영남 사람들이든지, 호남 사람들이든지, 양쪽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보다는,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에 대한 좋지않은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수도이전 문제, 공사들의 지방 이전 문제 등에 있어서 서울 사람들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런 느낌들이 구체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서울 토박이가 보기 힘들었던 한국전쟁이후 베이비 붐 세대부터 현재 40대 후반 세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은 고향이 지방이었기 서로 틈이 벌어질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서울에서 나고 서울에서만 자라온 세대들이 '서울 사람'들의 주를 이루면서 세태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게 서울 경기 지역에 집중되어있다는 건 선진국이라는 곳을 다녀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일인당 소득규모가 2배 이상 되는 나라들도 서울 중심가 만큼 번화하고 깨끗한 곳이 드뭅니다. 우리나라의 일인당 소득이 한 만 육칠천 불 정도 된다면, 서울 경기 지방은 최소한 이만 오천불 이상은 될 거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정치적으로 조장된 면이 많긴 하지만, 영호남 갈등의 기본 바탕은 '경제력 차이' 였습니다. 그 때 대구, 부산 사람들 잘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떻습니까? 광주, 목포 분들 '부산도 요새 먹고살기 힘들다더라.' 하면서 걱정해 줍디다.

서울 사람들도 지방 사람들을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서울 생활을 더 오래했기 때문에 대략 이해를 합니다. 투박한 모습, 거칠고 매너없어 보이는 모습, 문화 생활 등에 대한 몰이해, 이런게 서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방 사람들에 대한 생각입니다.

맞습니다.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멋진 옷 파는 곳도 없고, 비싸서 꾸며본 적 없기에 촌스럽습니다. 남쪽나라는 동네 문화 자체가 거칩니다. 문화 생활이요? 지방에서 극장 좌석제 시작 한지도 얼마 안됐습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불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저의 기본적인 입장은 '서울 사람들이 잘못했다'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고교 대학까지 서울에서 나왔습니다만 현재 주소는 지방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런 대화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아 저희 집은 (전라북도 혹은 뭐 경상남도) 어디어디에요"
"네. 근데 거기가 어디죠? 잘 모르겠네~ (경남이었다면) 부산이랑 가깝나요?"
"아 네 몰라도 되요 님은 어디 사세요?"
"아 저는 (뭐 예를 들어서) 용산 어디 살어요"
"거기가 어디죠?"
"네? 용산 모르세요? 아.. 지방에서 살다 오셔서"

대부분 서울 사람들은 엘에이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건 알면서
예를 들어서 진해가 경상도인지 전라도인지, 혹은 전주가 전라남도인지
전라북도인지도 잘 모르고 별 관심도 없지요.
서울로 대학 못 간 사람들은 다 못나고 공부 못해서 그런거라는 편견.
용인 밑으로는 죄다 논과 밭이 있는 '시골'이라는 편견.
어디어디서 산다하면 '사투리 한번 해봐' 이러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광주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광주에도 현대 백화점, 롯데 백화점
다 있다고 하면, 광주에도 백화점 다 있어? 많이 좋아졌네 합니다.

서울 사람들 반성 많이 해야 됩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2류 국민이 아닙니다. 똑같이 세금내고 살지만, 서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감수하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수도이전을 하자는 것도, 뭐 KTX를 놔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서울이 나은 곳 지방은 후지고 나쁜 곳 이라는 멍청한 생각만
멈춰 달라는 것입니다.

수도권의 부동산 값이 계속 오르면서 부의 불균형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이고, 언젠가는 선거에서도 수도권 VS 지방의 '남북구도'
로 진행 될 거라는 예견도 정치학계에서는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지역감정이 아닌, 빈부의 격차에서 오는 지역감정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남북 갈등은 이제 분리독립 운동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모든 경제 기반이 북쪽에 쏠려있고, 북쪽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을
무시하고, 남부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을 미워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역감정이라는 감정의 문제는 '감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격지심이다? 이런 비판 사절합니다. 지방 사람들에 대해 알게 모르게
먼저 벽을 치고, 어울리지 않으려는 쪽은 서울 사람들이지 지방 사람들은
당당하고 편견도 거의 없습니다.

국민 통합, 국민 통합 말로만 하지 말고, 서로에 대해 조금만 이해하고
편견을 버리고, 출신지에 대해서 서로가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 수 있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사회방
글쓴이 : so_far_so_so 원글보기
메모 : 원래 민주주의의 시민들이 좀 무관심한 면이 있지요. 그래서 민주주의가 썩는 거구요. 제도로는 좋지만 운영으로는 불가능한 게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