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media.daum.net/edition/econo_life/200603/20/kukinews/v12094618.html
3D업종에 젊은 청년들이 없다는 예기다. 기사를 보는 순간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개인적인 경험담을 이야기해 보겠다. ...나 옛날에 주물 공장에서 알바했다. 군 전역하고 사회생활 경험한다는 기분으로 해 본 일이다. 몇달 해보고 나서 왜 이것을 젊은 청년들이 안하는지 알려주겠다. 먼저 주물공장에서 하는 일의 정의를 내려주겠다. 주물공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부 섬세한 제거작업과 불량품의 확인이다. 기계가 틀에 주물을 부어 찍어 내면, 그것을 사람이 가져다가 주형틀의 한계로 생기는 튀어나온 부분이나 미 제거 부분을 제거하고, 혹 불량품이 생기지 않았나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일했던 주물은 아연과 알루미늄 이었다. 처음 했던 생각은 과연 저것을 손으로 잡아 작업을 할 수 있을까였다. 아연이 녹는점이 400도가 넘고 알루미늄은 녹는점이 600도가 넘는다. 그 금속 물을 부어 주형틀로 압착시켜 물건을 찍어내는 것이다. 찍어낸 다음 기계 팔이 그것을 집어 작업대 쪽에 떨구어 준다. 물을 내뿜어주는 냉각호스는 단지 주형틀만을 식혀줄 뿐으로(이렇게 식혀 줘야 다음물건이 찍힌다. 다음에 부어질 금속 물이 주형틀의 차가운 부분에 닿아 식으면서 주물이 되는 원리), 찍어낸 주물은 물 한방을 닿지 않은 채 나에게 밀려온다. 방금까지 액체였다가, 간신히 조금 식어 고체 상태로 나에게 오는 것이다. 손닿는 부분이 빨갛게 코팅된 장갑의 경우, 2초 이상 올려놓을 경우 검은 연기를 내면서 타들어간다. 그래서 여기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코팅되지 않은 일반 작업장갑을 쓴다. 집게라는게 있긴 하지만, 전부 망가졌거나 망가지기 일보 직전의 물건들 뿐이라 사용할 수도 없고, 12시간동안 수천번의 집게질을 한 뒤, 다음날 또 집게질을 하는건 불가능했다. 결국 손으로 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장난 집게를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편으로 장갑을 두개 겹쳐서 끼우는 것은 기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세개를 끼우고도 싶었지만 손아귀에 들어가는 힘이 만만치 않았고(무엇보다 12시간 작업이었으므로...) 거기에다가 그렇게 쓸 만큼 많은 양의 장갑을 주는 것도 아니였다. 마치 군대의 보급처럼, 보름에 한번씩 장갑을 주는 것으로, 아껴서 써야 했다. 물이 끓는 정도는 옛날에 초월한 온도를 12시간씩 잡고 씨름하는게 일이다... 겉에 씌우는 장갑은 두어시간이면 아예 타들어가서 바꾸어 주어야 한다. 바꾸기 전에 장갑을 보면 주로 접촉이 많이 되는 손가락 관절부위가 까맣게 그을려 있고, 그 중심부위는 이미 타들어가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다. 그리고 그 구멍 안쪽에 첫 번째 장갑이 그을려 있는 것이다. 작업이 조금 지체되었다 싶으면, 장갑은 이미 타들어가, 주물에 장갑자국이 나기 일수였다. 이해가 안되는 사람을 위해 조금 과장된 설명을 하자면, 대장간에서 용광로로부터 방금 꺼낸 칼을 장갑낀 손으로 이리저리 뒤척거리면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장갑 끼었다고 손에 아무것도 안느껴질것 같은가? 기계가 뱉어낸 주물을 손질하는 방법은 쓸모없는 부분제거와 구멍을 뚫는 두 가지가 있다. 실린더같이 생긴(어디다 쓰는지 알 리가 없다.) 주물은 주물기계의 팔이 손쉽게 잡기위해 쓸데없는 부분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제거하는 일로,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는 않지만,(양손으로 붙잡고, 비틀어 뜯어내는 거다) 문제는 구멍을 뚫는 일이다. 주물의 특성상, 구멍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해서 아예 그 부분을 얇게 주물해서 사람의 손으로 구멍을 뚫는 것인데, 대체로 그 구멍에 맞추어진 긴 봉을 구멍에 끼우고 손이나 망치로 내려쳐서 구멍을 뚫는 일이다. 이 일의 힘듦은 주물과 같이 타들어가는 손에 더욱더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다. 손이 익어버릴 듯한 느낌을 받으며 구멍을 뚫어야 하고, 두 번째 힘든점은 구멍을 뚫었을때의 파편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것이다. 대부분 옆쪽으로 가도록 방향을 잡고 작업하지만, 수천개의 작업을 하다보면, 그 중 몇 개는 필수로 나에게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정도는 불행하게도 턱에 맞고 쿠션으로 몸 안에 떨어지기도 한다. 미치도록 뜨겁게 달구어진 금속조각이 몸에 들어왔을 때의 대처방법은...뭐라 할 말이 없다. 비명같은 사치스러운 일을 할 여유도, 지금 내 손이 검게 그을린 더러운 장갑이라는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미친 듯이 몸 안을 헤집는다. 조그마한 조각이라 식는 것은 빨라 고통은 길지 않지만...그 때의 고통은 일할때마다 기억났다. 다만 다행인 것은 내가 안경을 써서 눈에 그 금속조각이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경에 맞은 금속조각도 꽤 되었다. 어떤 금속조각은 내 쇄골부분에 탁 달라붙어 살을 태워 아직까지도 희미한 흉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옛날에는 죄인을 불에 달군 인두로 지져 낙인을 찍었다고 하는데...조금이나마 그때의 느낌을 알 것도 같았다. 쓸모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작업은, 고통을 호소하는 손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파편이라는 부분에서는 덜 위험한 작업이다. 하지만, 문제는 제거한 부분의 재활용에 있다. 작업대의 아래쪽에는 조그마한 통이 있는데, 이것은 쓸모없는 제거한 부분을 담아두는 통이다. 이 통이 꽉 차면, 기계 뒤쪽의 용광로에 이것을 부어 재활용을 하게 된다. 운이 좋다면, 재활용 크레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이 통을 안써도 되지만, 만족할만하게 크레인이 작동하는 경우는 20~30%정도이다. 문제는 이 찌꺼기가, 순수한 아연이나 알루미늄이 아닌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400도가 넘는 아연액체에 수분이 함유된 아연고체를 집어넣으면...운이 좋으면 단순히 부글부글 끓어오르겠지만, 다수를 넣었을 때는 거의 십중팔구 폭팔한다. 물론 파괴력은 주변에 아연국물을 약간 흩뿌릴 뿐이지만...이게 얼마나 위험한가는 설명해줘도 모를것이다. 난 내 안경에 아연조각이 박혀있는 것을 보고(정확히는 렌즈부분이 녹아 아연이 파고들어간...) 얼마나 경악했는지 모른다. 심한 경우는 몇미터를 치솟아 오르는 아연의 물줄기를 볼 수도 있었다. 재활용 크레인이 작동한다고는 해도, 찌꺼기가 대부분 모난 형태이므로, 어느 부분에서 걸려서 쌓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떨어지는 입구 부분인데 긴 장대로 이것을 끌어내려서 용광로 안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이 경우도 거의 아연방울이 튀게 되어 있다. 난 대부분 모자를 쓰고 작업하는데, 이 일을 그만둘 때 쯤 모자에는 구멍이 숭숭숭 나 있었다. 거기에다가 주물이 덜 식어서 기계팔이 주물의 몸통을 집어도 나머지 부분이 떨어져 나가 그 안에 그대로 박혀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기계를 멈추고 손수 그것을 제거해야 한다. 거기에다, 용광로라는 것이 화력이 좋은것이 아닌지, 한번에 다량의 아연이나 알루미늄을 투입할 경우, 온도가 내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온도계에도 자주 신경을 써 줘야 한다. 거기다 작업을 마친 물건이라고 해도, 엄청난 뜨거움을 가지고 있어서, 작업하자마자 플라스틱 바구니에 옮기면 바구니가 녹아내린다. 일정부분 신경써서 쌓아두고 차례대로 집어넣어 옮겨야 한다. 게다가 특정 주물의 경우는 내 자신이 직접 포장까지 해야 한다. 12시간 노동이라는 점도 참 힘든 점이다. 심지어 점심, 저녁시간은 단 15분이다. 사람은 쉬어도 기계는 쉬게 놔두지 않는게 주물공장이라서, 내가 밥을 먹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두 대의 기계를 맡는 것이다. 게다가 한 한달정도 버틴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불쌍한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기 시작한다.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계를 두 대씩 맡기는 것이다. 난 세대까지 움직여 봤다. 한쪽에서 빨리 쌓인 일거리를 처리하고, 다른쪽으로 달려가 보면 일거리가 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다. 이것을 미친듯이 끝내고 원래 있던곳으로 달려와 보면 또 그만큼의 일이 쌓여있다. 이게 12시간이 반복되는 것으로...사람을 미치도록 한다. 우선적으로 안전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시간이 없으므로 안전하게 남은조각을 천천히 용광로에 넣는 대신, 한번에 집어넣어 버리고 폭팔에 대비해 얼굴을 가린다. 크레인쪽에 걸린 조각들도 장대로 한번에 쓸어내리듯이 용광로에 집어넣어 버린다. 그리고 아연물이 튀어오르던 말던, 다음 작업대로 뛰어가야 제 시간에 작업을 할 수 있다.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때에 실은 기계를 완전히 멈추고 원인을 제거하고 해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오류로 멈춘 주형 틀 사이에 고개를 들이밀어 원인을 확인하고 제거해야 했다. 기계를 끄고 다시 시동시키고 하는 사이, 다른 곳에서의 내 작업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손은 계속 미친듯이 뜨거운 고통을 호소하고, 장갑은 두배가 아닌 네배는 빨리 타 없어진다.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할 때, 절대 내쪽으로 향하지 않고 작업하는게 원칙이지만, 손으로 집어 다른쪽으로 향하게 하는 시간도 아까웠다. 그 정도로 사람을 몰아붙이는 곳이다. 재수없으면 포장까지 해야하는 물건까지 끼워서 처리해야 한다. 물건이 식을법한 때를 생각해, 바구니에 담거나, 온도계의 온도에 신경써서 용광로에 아연이나 알루미늄을 공급해야 하기도 했다. 더더욱이 어이없었던 일은, 공장은 사람을 덜 써서 인건비를 아꼈음에도 불구하고 내 월급은 한달에 100만원이라는 것이다. 기계를 하나를 잡든, 두 대를 잡든, 똑같은 100만원...나는 진짜 미친듯이 내 안전을 양보하고 일했었다. 허나 공장은 그것을 신경쓰지 않는다. 거기다 잘못된 작업을 했을시에는 질책이 떨어진다. 결국 질책을 받지 않으려면, 불량품이 나오지 않는가에 대해 확인하는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고, 이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내 안전을 위한 시간을 없애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위험수준은 점점 올라가고, 이새끼들이 두 대에도 버티는 내가 돈줄로 보였는지 세대째의 기계를 맡겼을때 내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 버렸다. 사실 중소기업 사장의 “요즘 젊은이는...” 운운은 개소리에 불과하다고 본다. 내가 이 일을 할 때에 확고하게 느꼈던 것이 있다. 나는 단돈 100만원에 내 인생을 팔고 있는 것이다. 몇 달동안 그 일을 하는동안, 안경이 없었다면 나는 실명했을 것이고, 조금이나마 정신을 놓았다면 내 얼굴에는 흉측한 흉터가 생겼을 것이며, 오류난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켜, 고장을 살펴보는 내 얼굴을 주물판으로 눌러버렸을 지도 모른다. 난 힘든일은 힘든일대로 하면서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하는 단돈 100만원에 내 미래의 인생까지 같이 팔아버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시 그 때의 나에게 돌아가 사회 경험이라는 명목아래 그 일을 하겠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차라리 길거리에 나가 구걸을 하겠다고 말하겠다. 비록 인간쓰레기 취급은 받더라도, 장님이 되거나, 얼굴이나 몸을 금속으로 지지는 일은 없을터이니 말이다. 나 자신의 생각이 이럴지인데, 노숙자를 보고 공장에 가서 일하라고 하는건 안될 일이라 본다. 솔직하게 내 부모는 공장일의 위험성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고 사장의 그 기름진 세 치 혓바닥의 듣기좋은 “요즘 젊은이는” 어쩌고 하는 말에 꼴딱 넘어가, 내가 몇 달 못하고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을 반대했다. 그래서 내 몸에 주물로 생긴 흉터자국과, 구멍이 숭숭뚫린 모자, 아연이 박힌 안경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위험성을 인지하셨다.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 단돈 100만원에 힘든 일을 하는 것이라면 버틸 수 있을지도 몰라도, 단돈 100만원에 너의 미래를 팔라고 하는 일을 그렇게 강요할 수 있을까? 공장일의 위험성은 겪어보지 않은 당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함이고, 그것을 강요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왜 이렇게 형편없는 대우에도 사람이 있는지 궁금한가? 그것은 중소기업 사장의 기름진 세 치 혓바닥의 “요즘 젊은이는...”소리와 멋도 모르고 그에 호응하여 멀쩡한 사람을 병신 만들 확률이 큰 공장으로 가라고 하는 사람 때문이다. 3D는 힘들고, 더러운 것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위험한 것이다. 공장은 엄청나게 위험한 곳이고, 그에비해 주는 보수는 아주 형편없는 곳이다. 나는 용돈벌이로 토요일에 조립식가구회사에 알바를 간 적이 있다. 덤프트럭에 자제를 싵고 원하는 곳에 가서, 설치해주는 일로, 자제가 무거워 매우 힘들었다. 허나 1시간 구르면 20분정도는 쉬었고, 차를 타고 있는 기간은 휴식기간이라 좋았다. 나는 대략 12시간을 일했다. 실제로 일한것은 약 3~4시간이라고 본다. 점심저녁은 감자탕이나 밥같은것을 먹었고(1인분에 만원 이상이더라...), 이 날 내가 받은 돈은 6만원 이었다. 나는 순간 그렇게 많이 받아도 되는지 고민했다. 어느새 나는 싼값에 부담없이 부려먹어도 되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
출처 : 사회방
글쓴이 : 윤씨아저씨 원글보기
메모 : 맞는 말이다.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일일 수록 돈을 더 많이 줘야하는데
어찌 된 사회가 쉽고 간단하고 깨끗한 일일 수록 돈을 더 많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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