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생긴일입니다. 매일 목동에서 청구역을 갈아타 고려대역으로 가는 통학길에서
저는 5호선 기차를 타고 청구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출입문 쪽에 긴 바가 달린 맨 끝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저는 한 아주머니의 불평을 들었습니다. " 아니 뭘 그렇게 위아래로 사람을 훑어봐요. 기분나쁘게 .." "........." 아주머니는 그 뒤 " 늙어가지고 노망들어서 주책이야. 아니 남의 짐은 뭐하러 쳐다보고 뭘 그리 뻔하게 쳐다봐" 노망쳐들어가지고.." 비닐 봉투를 집어든 아주머니는 50대로, 할아버지는 60 중반대로 보이는 건장한 노인이였다. 지하철에서 소란이 잠시 있는사이. 할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고 곧 청구역이 되어서 문이 열리자 할아버지는 나가면서 아주머니에게 " 에이 미친N, 재수가 없으려니깐..별 미친것이.."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나갔다. 아주머니는 짐을 들어 나가면서 " 뭐라고? 너 거기 않서? 야~" 그러면서 바쁘게 계단을 올라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소리쳤다. " 야.. 이 변태샊* 야 너 거기안서.. 아이고 아저씨 저사람잡아줘요. 저 변태샊 잡아줘요. 아이고.. 야! 사람들 저사람좀 잡아줘요. 도망못가게 잡아줘요." 저 역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고 제 사이로 공익요원들이 무선을 교신하면서 바쁘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 네 용의자 추적중. 지금 올라가고 있습니다. " 그런데 그때 저는 저도 모르게.. " 아니 저 할아버지가 아무짓 않했어요. 그냥 기분나쁘게 쳐다본건데 아까 그 아줌마가 오바한거여요" 그러자 그 공익요원들은 " 아 쳐다본거였어요? 예 알겠습니다" 하며 추적 속도를 늦춰서 돌아갔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앞쪽에서 어떤 중년 아저씨 분이 할아버지의 팔을 잡고 또 반대방향에서 오는 지하철 경찰을 부르고 있었다. " 저기 이 사람 체포해요. 성추행 범입니다!" 급하게 두 경찰들은 할아버지에게 달려왔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며 흥분상태에서 얼버무리고 있었다. " 아니 나 바쁘다고. 니들은 뭐야. 내가 뭐 잘못했다고?" 나는 지나가는 중에 그 모습을 보고 경찰과 그 아저씨에 말했다. " 아니 제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이 할아버지 잘못없습니다. 갑자기 그 아주머니가 노망이네 어쩌면서 인신모독했고 그리고 이 할아버지한테 변태고 뭐라고 한겁니다.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고요." 그제서야 할아버지는 큰 목소리로.. " 아니 그 여자가 미친 여자 같더라고 그래서 쳐다봤지. 아니 좀 이상한 사람들 보면 쳐다보게 되잖어. 그래서 쳐다봤더니 시끄럽게 뭐라고 하더라고.. 그 미친 *이" 그러자 할아버지를 붙들고 있던 아저씨는 " 아 그런겁니까? 죄송합니다. 전 그 아줌마가 소리치길래.. 할아버지는 도망치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 그리고 아무일 없다는 듯이 모두들 가고 난 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가만히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온갖 심술과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 그 할아버지의 삶을 가늠해 볼수 있었다. 잠시 나는 여러가지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그 할아버지가 정말로 잘못했을 수 있다. 어쩌면 그 아주머니에게 큰 모욕과 상처를 준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내가 돕지않았다면 어쩌면 그 할아버지는 경찰에 성추행범으로 체포되고 아주머니의 의견대로 성추행범이 되어 감정컨트롤 못할 것 같은 행동으로 그날 하루를 망쳤을지도 모른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누가 잘못한 것일까?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잘한 것인가 못한것인가? 나역시 내 주관이 포함된 판단이지 않았을까? 문제의 발단을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 할아버지가 그 아줌마를 기분나쁘게 쳐다보지 않았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 것이다. 미친사람같아서 쳐다봤다는 그 말- 갑자기 하인즈워드가 생각이 났다. 수많은 혼혈인들이 침묵의 그 기분나쁜 시선에 상처를 받는다. 또한, 장애인들과 비만, 왜소증이나 촌스럽게 옷을 입은 것, 외국인이나 뭔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 기분나쁜 시선을 견뎌야 한다. 사투리쓴다고, 지방출신이라고, 못생겼다고, 배가 나왔다고, 촌스럽다고, 옷이 너무 튄다고, 재수없다고, 무식하다고, 아는척한다고,잘난척한다고, 수없이 이런 시선들이 오고간다. 나 역시도 나의 무식과 행동으로 기분 나쁜 시선을 받아본적이 있다.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로 날 비관하고 상처받고 그래왔었다. 무엇이 그 할아버지에게 미친사람을 기분나쁘게 쳐다보는 것이 당연하게 만들었을까? 또한 무엇이 그 할아버지의 인상을 그토록 보는사람이 오해할 정도로 만들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그 아줌마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그 아줌마와 할아버지에겐 그런 상처들이 많이 있었나보다. 요즘. 아주 사소하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상대방의 의도든 아니든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한다. 그러면서 어쩌면 나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은 상처들을 주는 것이 아닌가? 미국에서 나는 아주 호의적인 미소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나는 내부의 감정을 숨긴 형식적인 미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총기소유가 가능한 미국에서 사람간의 관계에서 거리를 두기 보다는 미소라는 것으로 피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인도에서는 진짜로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들을 보았다. 그런 시선들이 나쁘지 않았고 뭔가 특별해보였다. 나는 나의 비상식적인 행동, 무식한 말, 아는척하는 것, 솔직함과 눈치없음으로 이런 시선들을 자주 받았다. 그리곤 그런 사람들을 비난해왔다. 남을 흉보는 사람들을.. 하지만, 어쩌면 내 내부의 피해의식으로 인해 누군가의 관심을 비난으로 기분나빠할수 있고 나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시선들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전여옥과 최진실, 그리고 일부의 여자들에게 이런 시선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해자와 가해자. 지하철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옳은 일을 한 것인가, 아님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인가? 재수없이 변태로 몰려 인생망칠 뻔한 한 노인을 구한것인지. 아님 약자에 대해 기분나쁘게 쳐다보는 권위적 노인의 범죄행위를 묵인한 것인지. 혼란이 많이 생깁니다. * 미소와 이해, 관용이 필요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친여자도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고생에 찌든 노인의 시선도 이해할수 있는. 그리고 말조심과 상대방에게 상처주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출처 : 자유토론방
글쓴이 : dorya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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